국내 최대 주류 공장 하이트진로 강원공장···테라·켈리 생산 핵심기지
전체 생산량 중 켈리 비중 20%대···강원공장 관계자 "테라에 켈리까지 체감상 가동률 늘어"
[시사저널e=이숙영 기자] 도둔산을 뒤에 두고 홍천강을 앞에 둔 배산임수 지형에 위치한 주류공장. 강원도 홍천군에 위치한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는 홍천강의 맑은 물과 공기로 채워진 맥주가 생산되고 있다.
지난 19일 찾은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총 대지 16만평의 위엄을 자랑하며 우뚝 솟아 있었다. 국내 주류 공장 중 최대 규모인 이곳 강원공장에서는 연간 50만kl(킬로리터)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의 신제품인 켈리와 테라, 필라이트, 수출용 발포주 등 모두 강원공장에서 태어난다. 하이트진로가 최근 특히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켈리다. 올해 4월 출시된 신제품 켈리는 론칭부터 하이트진로가 맥주 시장 점유율 1위 탈환을 목표로 선보인 제품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현재 (강원공장)의 켈리 생산량 비중은 20% 초반 수준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며 "켈리는 대중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 128번의 테스트를 거쳤다. 테라의 청량함과 맥스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추고자 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맥주의 절반 이상은 강원공장에서 만들어진다. 하이트진로 관계자에 따르면 강원공장은 맥주 병 2개, 캔 2개, 페트 1개, 생맥주 2개 라인을 갖췄으며, 500ml를 기준으로 각각 분당 1000개 생산이 가능하다.
이날 둘러본 강원공장에서는 쉴틈없이 맥주가 생산되고 있었다. 위생복과 덧신, 위생모 등을 착용하고 공장 내부에 들어서니 기계가 돌아가는 웅웅거리는 소리와 보리가 발효되는 향이 가득했다.
공장 한켠에서는 켈리의 노란병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맥주가 주입된 노란병들은 이물질이 있는지 검사를 거친 후 켈리 로고가 붙여졌다. 반대쪽으로는 음식점에서 볼 수 있는 생맥주통들이 컨테이너 벨트를 통해 옮겨지고 있었다.
공장 1층에서 켈리의 생산과정 일부를 직접 본 뒤 견학동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맥주 제조 과정을 알아봤다. 맥주 제조는 간단하게 사입(엑기스 추출)-발효-저장-여과-용기주입 및 포장의 순서로 이뤄진다.
주원료인 보리를 거대한 원통 저장고에 넣어 맥아(麥芽)를 만드는 것이 맥주 제조의 시작이다. 맥아를 분쇄해 따뜻한 물을 가열해 맥즙을 만들고, 맥즙에서 쓴맛과 단백질을 분리한다. 마지막으로 냉각기로 급냉시켜 발효 과정을 거치면 맥주가 만들어진다.
강원 공장은 총 108개의 저장탱크를 통해 맥주를 저장 및 숙성한다. 저장 탱크 한 대의 저장 용량은 60만 리터로 성인 한 사람이 하루에 10병씩 마신다고 할 때 330년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맥주 숙성은 통상 10~15일 정도하며, 발효 온도에 따라 다르다"며 "켈리의 경우 첫맛의 부드러움을 위해 7℃에서 1차 숙성으로 잡미와 이취를 제거했고, -1.5℃에서 2차 숙성을 통해 강한 탄산감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날 견학의 마지막은 켈리 시음이었다. 하이트진로는 견학의 마지막 단계로 갓 생산한 맥주를 시음하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갓 생산된 켈리는 기존에 맛봤던 켈리와는 또 다른 맛이었다. 시중에서 접해본 켈리 보다 통통 튀는 탄산감이 훨씬 강렬했다.
◇테라·켈리 '카니발라이제이션' 없었다
하이트진로는 우려했던 테라와 켈리의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자기시장잠식)' 현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켈리의 인기로 테라의 판매량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켈리는 이달 11일 출시한 지 99일 만에 누적 판매 1억병을 돌파했다. 이는 국내 맥주 브랜드 중 최단기간 판매 기록으로, 테라 1억병 판매 기록 보다도 하루 빠르다. 출시 36일 100만 상자, 66일 200만 상자, 90일 300만 상자 판매를 돌파했다.
켈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테라도 기존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지난 6월 하이트진로의 유흥 및 가정 시장의 전체 맥주 부문 판매는 켈리 출시 전인 3월 대비 약 33% 상승했다. 올 2분기 판매량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약 12% 증가했다.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관계자는 "생산에서도 카니발라이제이션이 일어나지 않았음을 실감하고 있다"며 "보통 한 가지 브랜드를 밀면 생산 역시 하나에만 집중하는데, 지금은 테라가 각 라인에서 (생산량을) 유지해주고 있고, 켈리가 더해져서 체감상으로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켈리 출시 당시 하이트진로가 외친 '켈리-테라 연합작전'이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강원공장에서 테라와 켈리는 7대 3의 비율로 생산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올 성수기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맥주 시장 1위를 탈환한다는 목표다.
올해 1분기 하이트진로의 매출은 60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늘었고, 영업이익은 387억원으로 33% 줄었다. 켈리 출시에 따른 재고조정, 마케팅 비용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올해 2분기 역시 켈리 마케팅 비용으로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하이트진로는 마케팅 비용을 다소 투자하더라도 올해 켈리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제품에 대한 연구도 지속한다.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관계자는 최근 인기인 아사히 생맥주캔에 대한 질문에 "아사히 생맥주캔은 내부에 미세한 홈들이 존재해 뚜껑을 따는 순간 홈 사이의 버블이 압력차 등에 의해 올라오는 방식"이라며 "관련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