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 맥주 상반기 누적 매출 397억원···전년 동기 대비 20.6% 감소
연내 시원·청량 콘셉트 맥주 신제품 출시로 시장 공략 강화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실적 추이. / 그래프=롯데칠성음료IR 자료 캡처

[시사저널e=이숙영 기자] 지난해 하반기 소주 '처음처럼 새로'로 주류업계를 놀라게 한 롯데칠성음료가 올 하반기 맥주 신제품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롯데칠성음료는 당초 클라우드 브랜드 리뉴얼을 계획했지만, 리뉴얼 만으로는 반등이 어렵다고 판단해 신제품 출시로 방향키를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2일 롯데칠성음료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맥주 신제품 론칭 계획을 알렸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신제품은 기존 클라우드와는 다른 시원, 청량한 느낌의 맥주다. 오는 4분기 출시 예정으로 유흥채널을 겨냥한다.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사업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혀왔다.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사업은 지난해 하반기 새로 론칭과 함께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맥주 사업은 부진해 롯데칠성음료 주류 사업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부문 상반기 누적 매출은 40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다. 그중 소주 매출은 1706억원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상반기 소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7% 늘었다. 특히 소주 새로가 상반기 누적 매출 600억원을 달성하며 매출을 견인했다. 

상승세를 탄 소주 매출과 달리, 맥주 매출은 하향세다. 맥주 매출은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9.4% 감소했으며, 2분기에도 21.7% 줄었다. 올 상반기 맥주 누적 매출은 397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0.6% 감소했다.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사업이 부진한 이유는 대표 맥주인 클라우드가 인기를 끌지 못해서다. 클라우드는 지난 2014년 출시된 뒤 한때 '신동빈 맥주'로 주목받았지만, 반짝 관심만 받고 맥주 시장에서 제대로 잡리잡지 못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3여년간 클라우드 반등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2020년 기존 클라우드에 탄산의 청량함을 더한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를 출시했고, 2022년에는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맞춰 저칼로리 '클라우드 칼로리 라이트'를 선보였다. 

이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롯데칠성음료의 시장 점유율은 확대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맥주 시장에서 롯데칠성음료의 점유율은 5% 수준으로, 출시 후부터 지금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맥주 신제품 출시 계획. / 사진=롯데칠성음료IR 자료 캡처 

올해는 맥주 시장의 경쟁이 유독 치열해 롯데칠성음료의 맥주사업 부진이 더욱 눈에 띄었다. 올해 하이트진로가 신제품 '켈리'를 출시하고 업계 1위 오비맥주의 자리를 탐내고 있어 두 기업간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는 설 자리를 잃었다. 

롯데칠성음료는 클라우드 반등을 위해 올 상반기 클라우드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반기 중 맥주 병디자인, 맛 등을 변화시킨 클라우드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롯데칠성음료는 브랜드 리뉴얼이라는 당초 계획과 달리 신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이같은 결정에는 클라우 리뉴얼 만으로는 반등이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리뉴얼로는 변화에 한계가 있다. 패키지 디자인은 완전히 바꿀 수 있어도 맛에 있어서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 기존의 맛과 정체성을 일정 정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클라우드는 앞서 지난 10년여간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기도 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맥주 인기는 결국 이미지가 좌우한다"며 "한번 소비자에게 맥주에 대한 특정한 이미지가 심어지면 이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하이트진로가 맥주시장 1위 탈환을 위해 신제품 켈리를 론칭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이트진로는 기존에 보유한 올몰트 맥주 브랜드 '맥스'를 내려놓고 신제품 켈리를 출시했다. 인기가 떨어진 브랜드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 있었다. 

현재 켈리는 맥주시장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 켈리는 독특한 병 디자인과 색, 맛 등으로 출시 초반 눈도장 찍기에 성공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1억병 판매를 달성했다. 이는 출시 99일만의 성과로, 테라보다도 하루 빠른 기록이다. 

하이트진로의 전략대로 켈리는 테라와 힘을 합쳐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가고 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지난 6월 일부 대형마트 채널에서 국내 맥주 중 하이트진로의 제품 점유율이 약 49.6%를 기록, 3월 대비 약 7.0% 증가했다. 

롯데칠성음료도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3분기까지 레시피, 디자인, 네이밍, 전략 등을 마무리 하고 설비투자, 보완 등을 거쳐 4분기 시장에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신제품은 기존 클라우드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지향한다. 다만 제품명은 '처음처럼 새로' 때와 같이 클라우드라는 브랜드 이름 뒤에 새로운 이름이 붙는 식으로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신제품은 기존 클라우드 오리지널,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와는 다른 시원, 청량 콘셉트로 10~11월 중 출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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