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 재무라인 강화···류승헌 전 신한자산운용 부사장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
양극재 업체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에 '투자금 마련' 최대 과제로
에코프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IPO 통한 자금 마련 예상

23일 엘앤에프가 미쯔비시케미컬과 차세대 음극재 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 사진=엘앤에프
19일 엘앤에프가 류승헌 전 신한자산운용 부사장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 사진=엘앤에프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에코프로, 엘앤에프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공격적인 생산시설 확충에 나서면서 투자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회사채 발행, 금융기관 차입을 이어왔지만 이에 따른 재무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이에 재무 부담 완화를 위한 기업공개(IPO), 유상증자를 통해 현금을 마련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재무통' 충원나선 배터리업계

19일 엘앤에프는 류승헌 전 신한자산운용 부사장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류 부사장은 신한금융지주가 출범한 2001년부터 2019년까지 18년간 그룹의 IR 담당 업무를 맡았고, 지난 2019년에는 신한금융그룹 CFO를 역임한 인물이다. 

대규모 생산시설 신증설에 따라 투자금 확보 중요성이 커지면서 재무라인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엘앤에프의 2026년 양극재 생산 목표는 연 40만톤(t)이다. 지난해 생산능력(9만t)과 비교하면 31만t의 설비 신증설이 필요하다. 오는 2025년까지 계획한 자본적지출(CAPAX)만 5조원에 달한다. 

류 부사장은 지난 15일부터 엘앤에프의 재경과 전략기획 부서를 총괄하는 업무를 맡았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류 부사장 영입을 통해 IR조직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배터리 소재 회사 에코프로도 재무통 충원에 나섰다. 지난해 9월 유안타증권 출신의 IB(투자은행) 전문가인 김순주 경영관리실장을 재경실장으로 선임했고, 지난해 초에는 김장우 전 SK이노베이션 재무실장을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로 영입하기도 했다. 

에코프로비엠 포항공장 전경. /사진=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비엠 포항공장 전경. /사진=에코프로비엠

◇차입금 규모↑···재무 부담 가중

투자금 마련은 엘앤에프를 비롯해 국내 양극재 업체들의 가장 큰 숙제다.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LG화학 등 국내 대표 양극재 업체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직 계열화에 한창이다. 양극재는 물론이고 음극재, 폐배터리 리사이클링까지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어 대규모 자금조달이 절실하다.

다만 벌어들인 돈만으론 설비투자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양극재 기업들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삼원계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 가격이 2달 새 30% 넘게 하락하면서, 이들 기업의 3분기 실적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잠정치를 기준으로 양극재 가격이 6개월 만에 반등했지만, 수산화리튬 및 전구체의 수입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내년 1분기까지 양극재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을 고려해야한다”고 예상했다.

양극재 ‘빅4’ 중 LG화학과 포스코퓨처엠은 각각 LG그룹과 포스코그룹이라는 뒷배가 있지만, 에코프로와 엘앤에프는 그렇지 않다. 이차전지 업황이 그대로 실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유입 외에는 자력으로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

실제로 에코프로와 엘앤에프 양사 모두 생산시설 확대에 따라 차입금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총차입금이 2조495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조6223억원) 대비 53.4% 증가한 수치다. 양극재 생산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 총차입금은 1조6175억원으로 지난해 말(9481억원)보다 70.6% 폭등했다. 엘앤에프 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말 908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1510억원으로 26.6% 증가했다.

문제는 당장 갚아야 할 단기성차입금(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단기성차입금이란 총 차입금 중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을 말한다. 에코프로와 엘앤에프의 단기성차입금 비율은 각각 77.6%, 61%다. 규모도 양사의 현금성 자산보다 크다. 기업의 단기성차입금 규모와 비중이 클수록 차입 부담이 증가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포항 캠퍼스. / 사진=에코프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포항 캠퍼스. / 사진=에코프로

◇IPO·유상증자 등 차입 외 자금 조달 나설듯

한국기업평가는 에코프로에 대해 “높아진 이익창출력에도 불구하고 양극재 생산량 확대에 따른 재고자산 부담 가중으로 운전자본투자가 늘고 있다”며 “국내외 공장 증설에 따른 시설투자 증가로 레버리지(차입 투자)도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빚을 더 내기엔 부담스러운 만큼 다양한 투자자금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게 양사 CFO의 과제다. 당장 금융기관 차입과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지만,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다양한 현금 조달안을 마련해야 한다. 

에코프로는 자회사 IPO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구체 생산업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 4월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했다. 업계에선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몸값을 최대 3조원으로 추산한다. 대주주인 에코프로(지분 52.78%)는 상장 과정에서 보유지분 일부를 매각해 자금을 확보할 전망이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 일부는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에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예비 심사기한인 45영업일을 훌쩍 넘긴 4개월가량 일정이 지연되며 상장 가능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의 실형이 확정되면서 오너 리스크 등으로 인한 경영 투명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연내 상장에 대한 기대감도 한풀 꺾였다는 평가다.

유상증자를 통한 투자자금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6월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유상증자를 진행해 1245억원을 조달하는 등 지난 1년간 유상증자로 6426억원을 끌어왔다. 지난 2021년 유상증자에 나선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엘앤에프 역시 유상증자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올해 안으로는 유상증자를 단행하진 않겠단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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