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계열사 하이닉스·이노베이션 '적자'에 SK㈜도 영업이익 동반 하락
늘어나는 계열사 숫자로 버텼지만 수익 악화에 한계 봉착···올해 영업익 전년比 35% 감소 전망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SK그룹은 국내 대기업집단 중 가장 많은 계열사를 보유한 곳이다. 이를 통해 지주사인 SK㈜는 많은 상표권 수익(브랜드 사용료)을 얻고 있다. 그러나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악화가 계속되면서 해당 수익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의의 올해 대규모 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소속회사 현황에 따르면 SK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201곳의 계열사를 보유 중이다.
SK는 ‘SK 브랜드’를 사용하는 모든 국내 계열사 및 합작법인으로부터 매출에서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금액의 0.2%를 브랜드 사용료로 받는다. 계열사들의 매출이 많아지면 상표권 수익도 늘어나는 구조다. 반면 실적부진을 겪게 되면 SK㈜가 얻는 브랜드 사용료도 줄어든다.
SK 주요 계열사는 글로벌 경기악화에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1조8984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후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도 각각 3조4000억원, 2조8821억원 등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3분기에도 1조7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그룹 내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큰 만큼 그동안 브랜드 사용료 역시 많이 내왔다. 매년 600억~700억원을 SK㈜에 냈다. 그러나 메모리 업황불안에 적자가 계속되면서 앞으로 낼 브랜드 사용료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 등도 하이닉스와 상황은 마찬가지다.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며 실적이 상승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되기는 하지만, 상반기에 나타난 손실을 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은 1068억원이다.
올해 상반기 SK㈜가 계열사로부터 받은 브랜드 사용료는 1720억원이다. 최근 3년간 가장 큰 금액이다. 상반기 기준 2019년에는 1111억원, 지난해에는 1420억원이었다.
주요 계열사의 실적악화에도 브랜드 사용료가 늘어난 것은 계열사 숫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SK그룹의 계열사 숫자는 최근 5년새 2배 수준이 됐다. ▲2019년 111곳 ▲2020년 125곳 ▲2021년 148곳 ▲2022년 186곳 ▲올해 상반기 201곳 등이다. 계열사 증가로 상표권 수익도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주요 계열사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계열사를 늘리는 것에도 한계가 왔다. SK㈜의 브랜드 사용료 수취 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와 이노베이션 등 주요 상장 계열사의 실적이 악화됨에 따라 지주사인 SK㈜의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SK㈜의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약 35% 감소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