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스마트폰 등 플랫폼 통해 언어·행동 데이터 수집
“병원에 가지 않아도 건강 모니터링 가능해져”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미래엔 물리적인 치료가 아니라 디지털 치료에 주목해야 한다. 디지털 치료를 활용하면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자신들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게 된다. 특히 알츠하이머 등 뇌와 관련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사회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모델이 보편화될 것으로 본다”
케이시 베넷 시카고 드폴대학교 컴퓨팅·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14일 시사저널e 주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9회 인공지능 국제 포럼’(AIF 2023) ‘헬스케어 분야의 인공지능: 변화하는 상황과 새로운 기회’라는 주제로 이같이 말했다.
베넷 교수는 미국 헬스케어 기업 CVS 헬스와 세계적인 보험사 CIGNA(시그나)에서 선임 데이터 과학자를 역임한 헬스케어 분야 전문가다. 베넷 교수에 따르면 현장에선 이미 많은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치료가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스마트폰이 있다. 베넷 교수는 “스마트폰을 쓰는 경우 행동에 있어 어떤 움직임을 일으키는 특이한 양상이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속도와 강도 등 입력 양상을 데이터로 수집한다. 이런 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이 질병이 있는지 파악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에 질병이 있는 사람들은 경과를 관찰하고 대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 등 뇌와 관련된 질환이 있다면 운동 장애로 나타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데이터들을 활용하면 질병을 더욱 정확하게 파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로봇을 활용한 데이터 치료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베넷 교수는 “미국에선 20년 연구 끝에 ‘심슨’이란 로봇펫을 개발했다. 겉으로 보면 강아지 인형과 비슷하다. 로봇을 만지면 사람들의 데이터가 수집된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치매나 알츠하이머 등 질병 경과를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머신러닝 학습 중에선 전이학습을 강조했다. 베넷 교수는 ”기존 머신러닝 모델은 새로운 데이터를 입히면 기존 데이터를 잊어버렸다. 데이터를 계속 입력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머신러닝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만개의 예시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그런 방식으로 배우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야구공 던지는 법을 배웠다면 축구공이나 농구공을 던지는 게 어렵지 않다. 이같은 습득 방법을 전이학습이라고 한다.
베넷 교수는 “특히 헬스케어 분야는 데이터가 많지 않다. 특정 암이나 치매 등을 연구할 때 20명 정도로만 표본을 설정할 수 있다. 표본이 적은 만큼 적은 데이터를 가지고 추론할 수 있어야 한다. 전이학습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디지털 치료가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 헬스케어와 엔지니어링의 융합이 강조됐다.
그는 “디지털 치료를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선 의사도 반은 엔지니어가 돼야 한다. 의대와 병원, 그리고 기술과 컴퓨터 과학이 융합하는 게 필요하다. 의사들은 디지털 치료에 앞서 기술을 잘 활용하려면 적합한 훈련과 학습을 제대로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