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앤파트너스, 8명 직원으로 230억원 이상 매출···CSO에 영업 재위탁, 타 제약 품목도 취급   
다나젠, CSO 200억원 포함 400억원대 집계···영업대행 전문인력 배치로 편리성 높여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제약사들의 영업 위탁이 늘어남에 따라 업계에서 흔치 않게 계열 CSO(영업대행사)를 경영하는 제일약품과 대원제약이 주목받고 있다. 1년 차이로 출범시기가 유사한 두 제약사의 관계사들은 영업대행 수수료로 연매출 2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SO란 업계에서 전문의약품 영업 전문가로 인정 받는 전직 제약사 직원들이 법인이나 개인으로 활동하며 의약품 영업을 대행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일각에서는 영업 외에 배송도 대행하는 의약품 유통업체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인식하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정통 CSO는 순수하게 의약품 영업만 대행한다. 이들은 복수 제약사로부터 복수 품목을 수탁 받아 해당 품목 의료기관 처방금액의 평균 35~55% 수수료를 토대로 활동한다.  

매출 기준 상위권 제약사들은 현재 극소수 품목을 CSO에 위탁했거나 아예 위탁 자체를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영업력이 강하다는 장점을 내세우는 대형 제약사가 CSO에 영업을 위탁한다는 자체가 모순”이라며 “상위권 업체들이 중소제약사와 차별점으로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같은 측면에서 상위권 제약사 중 계열 CSO ‘제일앤파트너스’를 경영하는 제일약품은 다소 특이한 사례로 꼽힌다. 중위권 제약사 중 최근 매출이 증가하는 대원제약도 관계사 ‘다나젠’을 경영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우선 제일약품은 지난 2016년 12월 제일앤파트너스를 계열 CSO로 설립했다. 엄밀히 따지면 현재 제일약품그룹 지주사인 제일파마홀딩스 자회사가 제일앤파트너스다. 초대 유승철 대표에 이어 현재는 허강노 씨가 대표로 활동한다. 지난 6월 기준 직원은 8명으로 파악됐다. 제일약품은 자사가 제조하는 품목은 물론 다른 제약사 의약품도 제일앤파트너스가 영업을 대행하는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제일앤파트너스는 병의원을 방문해 직접 영업하는 것이 아니라 영업대행을 수탁 받은 품목을 다시 CSO와 계약해 재위탁하는 시스템”이라며 “제일앤파트너스는 CSO 관리 법인”으로 정리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지난해 제일앤파트너스에 지급수수료로 233억원을 지급했다. 비상장 업체인 제일앤파트너스 매출은 233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제일약품이 지난 2020년과 2021년 각각 제일앤파트너스에 제공한 지급수수료는 204억원과 230억원으로 확인됐다. 10명이 안 되는 직원 규모로 연매출 2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CSO업계 관계자는 “제일앤파트너스가 제일 품목 뿐만 아니라 다른 제약사 의약품을 취급한다는 점을 주목한다”며 “제일앤파트너스는 제일이 지분을 갖고 있다는 특징이 있을 뿐 다른 CSO와 큰 차이는 없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CSO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말하는 CSO법인의 경우 제약사처럼 종속 관계가 아닌 대부분 법인과 MR이 계약하는 재위탁관계로 MR이 처방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시스템”이라며 “제일앤파트너스도 재위탁관계의 전형적 케이스 중 하나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대원제약은 제일약품보다 한 해 빠른 2015년 12월 대원바이오텍(현 다나젠)을 설립했다. 다나젠 역시 CSO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맞지만 제일앤파트너스와는 일부 차이가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다나젠은 바이오의약품 개발 등 복수 사업을 목표로 했는데 대원제약이 회사의 안정적 자립을 위해 CSO 사업을 맡겨 수익 창출이 가능토록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현재 제조와 판매가 중지된 상태인 ‘파인큐아세트펜시럽’은 다나젠 품목이다.

이와 관련, 대원제약 관계자는 “다나젠이 직접 제조하지 않고 대원제약이 수탁 받아 제조하는 품목이 파인큐아세트펜시럽”이라고 확인했다. 

대원제약은 지난해 말 기준 다나젠 지분의 27.58%를 보유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최남희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다나젠 직원 수는 30명을 넘었다. 제일약품과 유사하게 대원제약도 지난해 다나젠에 지급수수료로 203억원을 제공했다. 지난 2016년 61억원 매출을 기록한 다나젠은 2022년에는 439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42억원이다. 앞서 대원제약이 2020년과 2021년 다나젠에 제공한 지급수수료는 각각 163억원과 164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나젠의 영업대행 매출이 2년 연속 160억원대에 이어 지난해 200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CSO업계는 다나젠 사례와 관련,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다. CSO업계 관계자는 “다나젠 전체 매출이 영업대행 부분은 아니어서 단언은 힘들다”면서도 “다나젠은 대원제약이 요청하는 사항을 영업현장에 반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200억원대 매출에 진입한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또 다른 CSO업계 관계자는 “영업대행 업무는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편리성도 핵심”이라며 “본사인 대원제약이 진행하지 않고 관계사인 다나젠에 영업대행을 잘 아는 인력을 배치해 효율성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결국 계열 CSO를 경영하는 제일약품과 대원제약은 영업대행 연매출 200억원대를 유지하며 효율성과 수익성, 편리성을 추구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제일약품 관계사인 제일앤파트너스는 8명 직원으로 23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상황이다. 대원제약 관계사인 다나젠은 바이오 사업과 묶어 400억원대 매출과 4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적은 인원과 작은 조직이지만 전문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시켜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인 사례가 제일약품과 대원제약 계열 CSO”라며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대형 제약사의 CSO 위탁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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