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2년 연속 적자로 지난해 결손금 2조7007억원, 부채비율 1542% 달해
올해 1분기도 적자 예상, 인력난 이어져···"비용부담 지속 따라 한화그룹 차원 추가 투자 가능성 커"

/출처=한화
한화그룹 내 대우조선해양 전략 도식도./ 그래픽=한화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결합을 승인하면서 한화그룹은 극심한 재무상태 악화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 또한 안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의 3조원 가까운 결손금과 함께 1500%가 넘는 부채비율 해결을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계열사 5곳이 투여한 2조원의 주금에 더해 한화그룹 차원의 추가 자금 수혈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는 이날 오전 한화 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등 한화그룹 5개사가 대우조선해양 주식 49.3%를 취득하는 기업 결합에 대해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승인을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한화가 기업 결합을 신고한 뒤 4개월 만이다. 

이로써 한화는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업체로 거듭나게 됐다. 대우조선은 산업은행, 한화 측과 협의를 거쳐 내달 초 사명 등 임시 주주총회 안건을 결의할 예정이다. 새 사명으로는 ‘한화오션’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 계열사 6곳이 2조원의 주금을 납입하면 인수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된다. 

한화 측 관계자는 “5월 말 인수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본다”면서 “조건부 승인에 따른 경영상의 제약이 있지만 대우조선의 조속한 경영정상화와 기간산업 육성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당국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조건부 승인에 따라 3년간 시정조치를 준수해야 하고 반기마다 시정조치 이행 상황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시정조치는 구체적으로 ▲가격 차별 ▲기술정보 공개 부당거부 ▲영업비밀 계열사 누출 방지 등이다.

한화 그룹의 진짜 과제는 따로 있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의 사업 추진에 무리가 없도록 악화한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2021년 1조7547억원, 지난해 1조6135억원으로 2년간 영업손실은 3조4000억원에 달한다. 영업손실이 이어지며 생긴 2조7007억원의 결손금은 한화그룹의 해결 과제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이 수혈로 재무구조가 일부 개선되지만 7000억원 규모의 결손금이 남는다. 

부채비율 또한 급격하게 치솟고 있다. 2020년 166%였던 부채비율은 2021년 379%, 지난해에는 1542%까지 치솟았다. 

대우조선해양이 새 주인을 찾은 만큼 경영정상화를 통한 현금 창출 능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특히 방산 부문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한화는 방위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기업인 만큼 대우조선 군용선박 부문에서 경쟁력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이 산은 품에서 벗어나면서 저가수주 관행이 사라질 것이라는 업계의 기대감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은의 관리체제 아래 있으면서 저가선박 수주로 무리하게 성과를 올려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화 측의 인수합병 의사가 나온 지난해 12월 이후로 저가수주 움직임이 꺾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은 일본 선사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을 최고가로 수주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재무구조 추이.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대우조선해양 재무구조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다만 자체 현금 창출 능력만으로 단기간 재무구조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1분기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가운데 홀로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417억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한화그룹 차원의 추가 투자를 예상한다. 대우조선해양이 쌓아둔 일감이 3.5년 치에 이른 만큼 선박건조에 사용할 운전자금 마련과 친환경 동력 선박 개발을 위한 개발비 등 투자 소요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인력난에 따른 납기일 지연 우려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의 임직원 수는 지난 10년 동안 5000명가량 감소해 지난해 말 8300명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 전반적으로 인력 수급난에 따라 공정 지연 가능성이 있다”며 “위약금 등 추가 비용부담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했다.

또한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의 군함, 잠수함 등 군용 특수선을 포함한 방산사업 로드맵을 새로 발표하면서 추가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뒤 추가적 비전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방산과 관련한 그림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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