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10여종 레이더와 항법 장치 관련 3개 시정조치 3년간 준수
한화, 육해공 무기체계 생산·판매 더해 유지보수 시장 진출 목표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할 ‘메가 방산기업’이 탄생할 전망이다. 한화는 육상 및 항공우주 분야에서 성장을 거듭해 최근 수년간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손꼽히는 방위산업체로 성장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6개 사업자가 대우조선해양 주식 49.3%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공정위는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회의를 열고 두 회사의 기업결합 안건을 심의하고 3가지 시정조치를 내걸었다. 한화가 함정 부품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보유한 10종 안팎의 레이더와 항법 장치에 대한 ▲가격차별 ▲기술정보 공개 부당거부 ▲영업비밀 계열사 누출 방지 등을 3년간 준수하라는 것이다.
한화는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에 따라 다음달 인수 작업을 마무리 지을 전망이다. 5월초 임시 이사회를 열고 새 경영진과 사명에 대해 주주총회 승인을 진행할 방침이다.
새 사명은 ‘한화오션’이 유력하다.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6개 사업자가 총 2조원을 납입하면 인수 작업은 끝난다. 한화가 지난해 12월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고 6개월 만에 거두는 성과다.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조만간 마무리되면서 한화는 육·해·공 무기체계를 완비하게 됐다. 육지에서는 한화디펜스를 흡수 합병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탱크 및 자주포·장갑차 등이 활약한다. 한화비전은 영상보안 시스템을 담당한다. 항공우주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엔진과 부품, 한화시스템의 우주 통신·레이더·지휘통제 시스템 등이 책임을 진다.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 1위 기술과 수상함 2위 건조 능력을 기반으로 바다 관련 사업도 추진된다. 아울러 한화시스템의 함정 전투지휘체계와 열영상 감시장비 생산능력도 더해져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대우조선의 세계 최고 기술력의 잠수함에 한화시스템의 시스템이 더해져 부가가치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 관계자는 “대우조선 인수로 육해공 통합 방산체계가 갖춰지면서 신사업에 도전할 여력도 생겼다”며 “생산 및 판매에 더해 유지보수(MRO) 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다양한 사업기회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숙원인 ‘한국형 록히드마틴’의 탄생도 기대를 모은다. 한화는 한국항공우주(KAI)와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국내 방산 4개사 중 가장 큰 점유율을 보유한 기업이다.
국내 방산 시장은 약 15조원이다. 이 중 한화 방산 기업의 점유율은 약 40%다. 대우조선 인수가 끝나면 최대 50%까지 시장 지배력이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화 측의 현재 글로벌 방산 기업 순위는 20위권이다. 향후 대우조선과의 시너지 및 신사업 추진 등으로 2030년까지 세계 10대 방산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한화는 “공정위의 승인으로 대우조선 인수와 관련된 대부분의 큰 이슈가 해결됐다”며 “양 사의 경영시스템 통합 등 세부적인 안건 등을 조율해 빠른 시간 안에 잡음 없이 업무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