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주식 삼립에 255원 ‘저가 매도’해 샤니·파리크라상에 손해 입힌 혐의
재판부 “저가는 상대적 개념···검찰, 적정가액 1595원 산정기준 밝혀야”
공정위 과징금 취소 행정사건과 쟁점 같아···12일 공인회계사 증인신문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일감몰아주기 과세요건을 피하려고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아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첫 재판에서 검찰이 산정한 주식 적정가액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허 회장과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이사의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검찰 공소장 내용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저가라는 것은 상대적 개념인데 공소장엔 적정가액 산정에 대한 내용이 한줄에 불과하다”며 검찰이 적정가액을 주당 1595원으로 산정한 근거를 물었다.
검찰은 “대검찰청 회계 부서 수사관이 산정했다”며 “객관적인 방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저가 매도라고 하려면 적정가액에 대한 내용이 나와야 심리와 방어가 가능하다”며 “검찰 스스로 주당 1595원으로 산정한 것을 증거라고 할 수 있나”고 되물었다. 재판부는 또 “특경가법상 배임죄로 의율했는데 금액을 특정하지 못하면 심리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심리 중 회계 감정 등 전문가 의견을 들어야 하는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허 회장의 변호인들도 “수사 과정에서 최초로 1595원이라는 금액이 나왔다”며 “통상적으로는 다른 기관에 가격 평가를 받고 그것을 토대로 적정가격을 산정해야 하는데 이번 사안은 의아스럽다”고 거들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처분한 사건에서는 적정가액이 주당 404원이라고 한다며 방어권 행사에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검찰은 주식 적정가액을 계산한 대검 관계자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대검에도 회계 전문가가 있겠지만 그분의 지위가 중립적이지 않다”며 객관적 입증을 위해 다른 방법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쟁점 정리와 증거채택을 위해 다음 달 23일 한차례 준비기일을 더 열기로 했다. 정식 심리는 6월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허 회장 등은 2012년 12월 샤니와 파리크라상이 보유한 밀가루 생산업체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취득가(2008년 3038원)나 직전 연도 평가액(1180원)보다 낮은 255원에 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보는 적정가액은 1595원이다. 검찰은 이 같은 저가 매도로 샤니가 58억원, 파리크라상이 121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추산했다. 검찰은 일감몰아주기 과세요건을 피하기 위해 이런 행위가 이뤄졌다고 봤다.
반면 허 회장 등은 일감몰아주기 과세 면제를 기대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기업의 당연한 활동이고, 가액 역시 회계법인의 평가에 따라 적정가치로 양수도가 이뤄졌다고 반박한다.
밀다원 주식 양도가액의 적정성은 SPC그룹 계열사 5사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진행 중인 행정소송(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에서도 핵심 쟁점이다. 행정사건 재판부(서울고법 행정6-2부)는 오는 12일 밀다원 주식가치를 평가한 공인회계사 A씨를 증인신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