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립에 양도된 ‘밀다원’ 주식···주당 255원·404원?
저가 양도 거래 여부 쟁점···4월12일 공인회계사 증인신문
‘통행세 의혹’ 밀가루 정상가격 입증도 공방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SPC그룹 계열사 5개사에 부과된 647억원의 과징금이 적법했는지 심리하는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삼립에 양도된 ‘밀다원’ 주식 가격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공인회계사를 직접 부른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2부(부장판사 홍성욱·황희동·위광하)는 전날 SPC 측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 변론기일을 열고 공인회계사 A씨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공정위 처분 사유 중 하나인 ‘밀다원’ 주식 저가 양도 거래와 관련, 당시 주식가치를 평가한 A씨를 직접 신문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SPC 측은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하던 밀가루 생산업체 밀다원 주식을 2012년 삼립에 저가로 양도하는 방식으로 삼립에 총 20억원을 지원했다는 공정위 처분 사유를 반박하기 위해 A씨를 증인으로 신청을 한 바 있다.
공정위는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2011년 기준 파리크라상 45.4%, 샤니 21.7%)한 밀다원 주식을 정상가격(404원)보다 현저히 낮은 주당 255원에 삼립에 양도하는 방식으로 삼립에 총 20억원을 지원했다고 본다. 2012년 시행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회피하고 통행세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 아래 밀다원 주식을 적게 보유한 삼립(당시 19.7% 보유)에게 밀다원 주식 전체를 이전했다는 게 공정위의 시각이다.
공정위는 “삼립이 밀다원 주식 100%를 보유하는 경우 밀다원이 삼립에 판매한 밀가루 매출이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제외돼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아 이 같은 이전을 하게 된 것”이라며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밀다원의 생산량 및 주식 가치 증가가 예상됨에도 현저히 낮은 금액으로 주식을 거래해 삼립에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다”고 설명한다. 공정위는 이 주식 매각으로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각각 76억원, 37억원의 주식 매각 손실(취득 금액에서 처분 금액을 뺀 금액)을 입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SPC 측은 삼립의 밀다원 인수는 삼립이 빵 회사의 이미지를 벗고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으로, 가격 역시 적정하다고 반박한다. 또 삼립이 밀다원 주식을 100% 보유해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면제될 것을 기대한 것은 맞지만, 이는 주주가치 극대화 및 경영효율화의 일환으로 전략적 판단 아래 적정가격으로 양수도가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SPC 측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에 대한 절감은 기업의 당연한 활동으로 통행세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저가 양도 거래를 했다는 것은) 공정위의 억지 주장”이라며 “양도 가격은 회계법인의 평가에 따라 적정가치로 양수도가 이뤄졌고, 총수 일가도 개인 지분 13.2%를 동일 가격으로 양도했는데, 공정위 주장대로라면 총수 일가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이 같은 저가 양도 거래를 할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오는 4월12일 약 40분 간 A씨를 신문하기로 했다. 증인신문 이후에는 변경된 재판부의 사건 이해를 돕기 위한 양측의 PT도 진행된다.
한편 SPC 측은 제빵 계열사들이 삼립으로부터 고가로 밀가루를 구입했다는 공정위의 또 다른 처분사유(통행세 거래)를 반박하기 위해, 공정위가 기준으로 삼은 밀가루 정상가격 자료가 공개되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SPC 측에 따르면 공정위는 여러 업체에 공문을 보내 밀가루 가격을 파악하고 엑셀표로 정리했다. 밀가루는 종류가 세분돼 있고, 가격 또한 천차만별인데 공정위가 정상가격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SPC 측 입장이다.
공정위 측은 심사보고서에 관련 내용이 담겨있고, 엑셀 파일 원본을 공개할 경우 각 회사의 영업비밀이 유출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재판부는 “밀가루 정상가격에 대한 증명책임은 피고에게 있고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면 그에 대한 이익은 원고가 얻는다”면서 “정상가격 증명을 위한 자료가 있다면 제출해 주시고, 부족하다면 원본 파일을 낼 것인지 다른 신문 방법으로 보충할 것인지 생각해서 답변해 달라”고 정리했다.
2020년 7월 공정위는 SPC가 총수 일가 개입 아래 2011년 4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약 7년간 그룹 내 부당지원을 통해 삼립에 총 414억원 상당의 이익을 제공했다며 계열사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647억원을 부과하고 허영인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허 회장은 지난해 말 특경법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