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다원 주식 삼립에 저가 양도 배임 혐의로 형사재판 중
공정위 “형사피고인 당사자신문 부적절···진술서 갈음하자”
SPC 측 “정상가격 거래···증인신문시 진실 확인에 도움”
‘정상가격’ 적정성도 쟁점···SPC 측 “로데이터 확인해야”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계열사 부당지원, 주식 저가 양도거래 등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된 647억원의 과징금을 취소해달라며 SPC그룹 계열사 5사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증인채택 여부가 쟁점이 됐다.
서울고법 행정6-2부(위광하 홍성욱 최봉희 부장판사)는 1일 오후 2시30분 파리크라상·에스피엘·비알코리아·샤니·SPC삼립 등 5개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등취소’ 소송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SPC 측이 조 전 사장과 공인회계사 1명 등 총 2명에 대한 증인신청을 했다며 양측의 의견을 물었다.
SPC 측은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하던 밀가루 생산업체 ‘밀다원’ 주식을 2012년 삼립에 저가로 양도하는 방식으로 삼립에 총 20억원을 지원했다는 공정위 처분 사유를 반박하기 위해 이들을 직접 신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각자가 보유(2011년 기준 파리크라상 45.4%, 샤니 21.7%)한 밀다원 주식을 정상가격(404원)보다 현저히 낮은 주당 255원에 양도했다는 게 공정위의 시각이다.
공정위는 반대 의견을 밝혔다. 공정위 측 대리인은 “조 전 사장은 저가 양도 관련 형사피고인으로서 증인 신문을 할 경우 사실상 당사자신문에 해당된다”며 “필요하다면 진술서로 제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SPC 측 대리인은 “통상적으로 대표이사를 당사자로 보는 이유는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면서 회사를 경영하는 경우인데, 조 전 사장의 경우 (주식 지분이 없는) 전문경영인으로서 당사자로 보기 어렵다”며 “삼립의 밀다원 인수는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으로, 거래를 주도했던 책임자의 목소리를 들어본다면 재판부가 진실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SPC 측은 공정위가 밀다원 주식 정상가격을 404원으로 결정한 근거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SPC 측은 공정위가 정상가격을 산정할 때 사용한 로데이터(raw data)를 증거로 제출하도록 재판부에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상가격’ 산정에서 공정위의 임의성 논란은 반복돼왔다. 부당한 지원행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정상가격이 먼저 산정되어야 하는데, 일률적인 산정이 곤란한 경우가 있어 공정위 처분이나 관련 소송에서 중요한 쟁점이 된다. 공정위는 판례나 심결례를 통해 정립된 산정기준 또는 관련 예규에 따라 엄정하게 정상가격을 산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한번 더 변론기일을 열고 증인과 문서제출명령 등을 일괄해서 채택하겠다”고 정리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3월15일 오후에 열린다.
한편 이날 기일에서는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승계를 목적으로 삼립의 매출을 늘렸다는 공정위 판단에 대해서도 공방이 오갔다. 공정위 처분 당시 삼립의 지분은 사실상 지주회사인 파리크라상(총수일가 지분 100%)이 40.66%, 허영인 그룹 회장이 4.64%, 장남 허진수 사장이 16.31%, 허희수 그룹 부사장이 11.94%를 각각 소유했다.
공정위는 역할이 없는 삼립이 통행세를 받아 주식 가치가 오르면 2세들이 보유한 주식을 파리크라상에 현물 출자하거나 파리크라상 주식으로 교환하는 방법으로 파리크라상의 2세 지분을 높일 수 있다며, 이는 승계를 위한 부당이익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SPC 측은 삼립의 주식가치가 오르면 파리크라상의 주식가치도 덩달아 오르게 때문에 현물출자나 주식교환이 의미가 없다고 반박한다. 또 실제 총수 일가는 주가 등락에 관계없이 단 한 번도 주식을 매각하거나 매입한 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SPC가 총수 일가 개입아래 2011년 4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약 7년간 그룹 내 부당지원을 통해 삼립에 총 414억원 상당의 이익을 제공했다며 계열사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647억원을 부과하고 허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