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수 하나벤처스 투자본부 상무, ‘벤처투자 트렌드' 주제로 강연
“VC·AC 상장, 주목받기 힘든 시장···부정적 시선도 있는 건 사실”

강문수 하나벤처스 투자본부 상무/사진=시사저널e
강문수 하나벤처스 투자본부 상무/사진=시사저널e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과거에는 인공지능(AI) 기술력을 과시하던 회사들이 각광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시장에 가장 유연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회사들이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투자처가 되리라 생각한다.”

강문수 하나벤처스 투자본부 상무는 30일 시사저널e 주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스타트업포럼2023’에서 벤처투자 트렌드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하나벤처스는 하나케이뉴딜유니콘펀드를 비롯해 디지털, 디지털헬스케어, 중소벤처 분야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자본금 규모는 1000억원 수준이다. 하나벤처스는 지금까지 북미 웹툰 플랫폼인 ‘타파스’, 전자책 플랫폼 ‘리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 공유 오피스 플랫폼 ‘패스트파이브’, 세탁 플랫폼 ‘런드리고’, e스포츠 플랫폼 ‘빅픽처’ 등에 투자를 진행했다. 지난해 누적 투자액은 140개사 4500억원이다. 

◇ “빅테크가 직접 제품화하면 ‘혁신의 역설’에 직면할 수도”

강 상무는 새정부 출범 후 기대되는 산업으로 인공지능(AI)을 꼽았다. 이어 에너지, 방산 및 우주항공 등도 투자 대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인공지능의 경우 챗GPT, 생성형 AI의 등장과 함께 산업 패러다임 변화가 임박한 것을 정부에서 인지하고 있다. 이에 벤처캐피털(VC)들은 제도적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세계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는 2016~2021년 연평균 39.3%(투자금액 기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강 상무는 “주요국의 인공지능 투자 실적과 비교해 볼 때 한국은 양적인 면에서 하위권이지만, 투자 규모의 성장률이 높아 잠재력이 높은 투자시장”이라며 “기반 AI 시장의 경우 시각지능과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중심, 응용 AI 시장의 경우 모빌리티가 압도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월드와이드웹에 비견되는 혁신으로 평가받는 챗GPT는 지난해 11월 30일 처음 등장한 이후 5일만에 100만 사용자를 확보하였으며, 업계에서는 이를 기점으로 인공지능 기술의 대중화가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다. 챗GPT는 강화학습과 지도학습을 모두 활용했기 때문에 기존의 인공지능과 달리 맥락을 이해하고, 이전 사용 기록을 기억해 대화할 수 있으며, 범용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강 상무는 “투자자 입장에서 초거대모델 AI의 혁신성이 비즈니스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게 됐다”며 “이 때문에 수년간 AI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던 벤처캐피탈들은 오픈AI나 구글 등이 만든 초거대 AI 모델들이 대중화를 주도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투자 방향성을 재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거대모델 AI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AI 기술력 차이의 중요성은 낮아지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빠르게 만들어내고 운영하는 플레이어 중심으로 생태계 성장이 예상된다”며 “초거대모델 AI 플랫폼이 직접 제품화에 나설 경우 시장은 오히려 스타트업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 ‘혁신의 역설’에 직면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 “에너지 및 방산우주, 정책 수혜받을 것으로 기대”

이날 강 상무는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 현황도 공유했다. 그는 “에너지 분야는 국제 정세 변화 및 기후변화 대응 강화 정책으로 지속가능 에너지에 대한 정책적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의 경우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을 꾸준히 펼쳐왔다”고 전했다.

전력발전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이 2만7000MW로 전체 13만5000MW의 20%를 넘어섰고, 그 중 태양광도 15%를 돌파하여 신재생에너지의 초기 시장 기반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어 “민간 부문의 신재생에너지 수요 확대에 따라 재생에너지 하드웨어 기술 분야, 가상발전소 및 에너지 통합관리 솔루션 분야, 금융과 에너지를 결합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분야 및 전기저장장치(ESS) 분야 등에서 창업 및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상무는 방산 및 우주항공 역시 우주청 신설, 항공우주 펀드 논의 등 새로운 정책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각광받으면서 선제적 투자 대상으로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는 2027년까지 1조50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해 첨단무기 중심의 기술 집약형 구조로 군을 개편할 계획이며, 차세대 밀리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장려하고 정책적으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 “전통적으로 방산 분야와 항공우주 분야는 벤처투자 비중이 높지 않았으나 2020년대부터 벤처캐피탈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여 최근에는 대규모 펀딩까지 성공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강연을 마친 후 강 상무는 벤처캐피털(VC) 및 엑셀러레이터(AC)의 기업공개(IPO) 전망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지난해 특례상장기업 수는 66개로 전년(75개) 대비 감소했고, IPO 공모금액도 19조7000억원에서 15조6000억원으로 하락했다. 이 가운데 VC 및 AC가 상장을 철회한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강 상무는 “VC 및 AC의 상장은 자금을 수혈받아 투자규모를 늘리는 선순환 측면에서 필요하다”며 “올해 시장이 워낙 좋지 않아서 상장했을 때 주목받기 어려운 게 사실인 것 같다. 시장이 좋아지면 재정비해서 준비하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VC 및 AC는 출자로 펀드를 운영하기에 가장 큰 고객은 펀드 투자자이다. 그런데 상장하게 되면 주주가치 극대화도 이뤄야 하는데, 두 가지를 만족시키기 어렵기에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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