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 주가 부양·반도체 수익성 방어·OLED TV 등 ’송곳 질문’
한종희 부회장 “지속 성장 기반 강화가 주주가치 제고에 큰 도움”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전자가 발전하는 데 주주들이 상당한 기여를 했는데, 우리에게 돌아오는 게 뭐가 있느냐. 답변도 너무 두루뭉술하다. 주주들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거냐” (삼성전자 주주)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부회장이 15일 주주총회에서 주가 하락과 원론적인 답변에 대한 주주 항의에 진땀을 뺐다. 한 부회장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비롯해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미진한 답변은 추후 주주들에게 추가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4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에는 600여명의 주주와 기관투자자가 참석했으며 사내이사인 한 부회장과 노태문 모바일경험(MX 부문)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등이 주주 질의에 답변했다.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사장은 외부 일정상 불참했다.
◇“주주 물로 보냐” 지적에 주주 “옳소” 동조
일부 주주들은 지지부진한 주가에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는 5만원 후반과 6만원 초반을 오가면서 2021년 1월 최고점(9만1000원)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한 주주는 “대표님이 상생 활동을 지속한다고 하셨는데, 주주들은 완전히 소외시키고 있다”며 “10만원 가까이 올라갔을 때 주식을 샀지만, 지금 5만~6만원선이다. 주가 관리를 하고 계시는 건지 궁금하고, 주주들을 이렇게 물로 보고 관리를 안 해주면서 상생 활동 지속이라는 이야기를 해도 되는 건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질문이 나오자 다른 주주는 “옳소”라고 외쳤고, 주총장에는 박수 세례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한 부회장은 “회사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 이사회와 경영진은 지속 성장 기반 강화를 위해 시설투자 확대와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것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며 “회사는 2021년부터 연간 배당을 9조8000억원으로 증액한 바 있으며 3년 프리 캐시 플로우(Free Cash Flow·현금 흐름)의 50% 내에서 정기 배당을 지급하고 잔여 재원이 발생할 경우 추가 환원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주는 한 부회장의 답변 내용을 문제 삼았다. 내부 회계관리 제도에 대한 질문에 한 부회장이 ‘동문서답’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다.
한 부회장은 “답변이 되지 않았다면 사과 말씀드린다. 방금 주주님이 말씀하신 사항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등 자세한 내용 확인이 필요해 바로 답변드리지 못했다. 주총이 끝나고 회사를 방문해주시면 관련 내용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이어 주총이 끝나기 직전 추가 설명을 통해 “618개 사항을 주기적으로 평가 및 점검해 적절성을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이정배 사장 “올해 반도체 수요 크게 감소···중장기 성장세”
삼성전자 반도체와 완제품 사업과 관련한 질문도 여러 가지 나왔다. 주주들은 시장 침체가 본격화된 반도체 부문의 수익성 방어 전략과 10년 만에 국내에 재출시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사업 등에 대해 질의했다.
이정배 사장은 “올해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 경쟁 등 글로벌 불안 요인으로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 지속으로 실물 경제 둔화에 따른 IT 수요 부진이 본격화돼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으로 반도체 수요는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확실성 여파에도 불구하고 신규 응용처를 중심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5G와 인공지능(AI) 등의 수요 성장이 기대되고 데이터센터의 경우에는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 출시로 메타버스, 자율주행 등이 메모리 수요를 지속 견인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미래 예견은 여러 변수로 쉽지 않지만, 미래를 대비하고 사업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지원법 방안에 대해선 "2월 말에 가이드라인 세부 시행령이 발표돼 현재 회사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전략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북미와 유럽 시장에 선보인 OLED TV가 회사가 목표한 수준의 판매량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OLED TV 라인업이 기존 55·65인치에서 77인치로 확대되고, 국내 시장까지 출시 지역이 확대되는 만큼 판매량 증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부회장은 로봇 사업 방향성에 대해 “사용자 요구에 맞춰 동작하는 지능형 로봇을 지향하고 있다”며 “로봇 사업팀은 상용 로봇 기술 확보와 사업 추진 역할을 하는 전문 조직으로 올해부터 걷기 운동용 웨어러블 로봇 등 다양한 로봇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주총에는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한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이 상정돼 모두 가결됐다. 주총은 오전 9시 정각에 시작돼 오전 11시쯤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