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인력난 가중에 협동로봇 도입 증가···다양한 사업장 접목 가능한 '확장성' 주목
두산로보틱스, 매년 실적 개선 힘입어 올해 기업공개 추진

2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두산타워 1층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두산로보틱스가 제작한 협동로봇이 커피를 제조하고 있다. /사진=정용석 기자
2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두산타워 1층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두산로보틱스가 제작한 협동로봇이 커피 원액을 추출하고 있다. / 사진=정용석 기자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두산타워 1층 로비의 한 카페. 직원이 커피를 주문받자 사람이 아닌 로봇팔이 원두를 갈고 커피를 내린다. 갓 뽑은 커피 원액은 레일 위에 올라 직원에게 전달된다. 여기서부턴 사람의 몫이다. 직원은 로봇팔이 뽑아 준 커피 원액을 이용해 다양한 메뉴를 제조한다.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은 하루 100여잔의 커피 원액을 뽑아 직원에게 전달한다. 협동로봇이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면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로봇 팔을 말한다. 카페 직원 A씨는 "로봇이 손이 많이 가는 원액 추출을 담당하기 때문에 업무 효율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은 서울, 대전, 제주 등 전국 곳곳의 카페에서 사람을 돕고 있다.

◇ 인력난·안전 문제 해소···중소형 사업장도 도입

협동로봇을 도입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력난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조선업계가 대표적이다. 수주 호황기를 맞았지만 쌓인 일감을 소화할 직원이 부족하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계는 만성화하는 인력난에 대응해 용접 협동 로봇을 투입, 운영 중이다.

산업계 요구에 발맞춰 협동 로봇 시장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일반 산업용 로봇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용도 변경이 쉬워 중소형 사업장에서도 협동로봇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협동 로봇 시장 규모는 연평균 32% 성장해 2030년에는 110억달러(약 14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는 협동 로봇의 '확장성'에 주목한다. 협동로봇은 기존 산업용 로봇과 달리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면 동작을 멈추는 등 안전성을 갖췄다. 안전 펜스를 설치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어 공간 활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장점을 통해 물류, 의료 등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와 레인보우로보틱스 실적 추이.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두산로보틱스와 레인보우로보틱스 실적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협동로봇 선두 기업은

국내 협동로봇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업체는 두산로보틱스다. 글로벌시장 점유율로는 5위에 올라섰다. 최대주주는 지분 90.91%를 보유한 두산이다.

지난 2015년 설립된 두산로보틱스는 총 10종의 협동로봇을 생산한다. 2021년에는 1185대의 협동로봇을 판매해 국내 최초로 판매 대수 1000대를 넘겼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 텍사스주 폴라노에 미국법인 두산로보틱스 아메리카(Doosan Robotics Americas)를 설립, 해외 영업력 강화에 나섰다.

협동로봇 시장이 커지면서 실적도 매년 개선되고 있다. 두산그룹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2020년 202억원, 2021년 370억원, 2022년 4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적자 규모는 2019년 이후로 매년 감소세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협동로봇 산업은 이제 태동하는 시장"이라며 "올해는 북미 지역 매출 확대로 30% 이상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고 했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확보에도 나선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올해를 목표로 상장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공모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상반기까진 주관사 선정 등 기초 단계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2위 업체로 평가받는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11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연구원들이 창업한 중소벤처기업이다. 두산로보틱스와 마찬가지로 협동로봇을 주력으로 한다. 그 외에도 서빙 로봇, 다족보행로봇 등 서비스로봇을 개발하며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의 투자를 받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일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로봇 기업에 지분 투자한 첫 사례다. 

증권업계는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삼성전자 효과'에 힘입어 올해 호실적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승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매출 성장에 따른 영업 레버리지 효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 공급 레퍼런스 확보에 따른 글로벌 인지도 향상 등 긍정적 영향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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