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박 장비에서 캐논토키로 선회
내년 이후 라인 구축 본격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1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IT용 8.7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에 일본 알박이 아닌 캐논토키 증착 장비를 도입할 전망이다. 알박이 개발한 풀컷 방식 수직 증착기에 애플이 거부감을 드러내 캐논토키 장비로 선회했단 분석이 나온다.

2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라인이었던 L8-2 공장을 IT용 OLED 라인으로 전환 투자할 예정인 가운데 이곳에 캐논토키 증착기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캐논토키 장비는 알박과 달리 하프컷 방식의 수평 증착 기술을 활용한다.

장비 가격은 6000억원 중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장비 단가로 4500억원을 제시했고 캐논토키는 8000억원 이상을 요구했으나, 중간 가격대에서 절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5000억원 후반~6000억원 수준인 알박 증착 장비보다 고가다. 당초 삼성디스플레이는 알박으로부터 8.7세대 증착기를 공급받기로 합의하고, 계약 체결 직전 단계까지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8.7세대 OLED 라인 신규 투자를 위해선 기판 크기에 맞는 증착 장비 도입이 필수적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단가가 더 높은 캐논토키 장비로 돌아선 데는 애플의 의중이 작용했단 분석이다. 애플은 알박의 수직 증착 기술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단 점에서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직 증착은 기판을 수직 방향으로 세운 뒤 유기물을 가열해 붙이는 방식인데, 양산에 적용된 전례가 없다. 반면 캐논토키의 수평 증착 기술은 기존 6세대 OLED 공정에서 활용돼 양산성이 검증됐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수직 증착에 대한 신뢰성이 낮아 기술 데이터를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알박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한국알박 임원들은 협상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최근 일본 본사에 출장을 다녀왔는데, 장비 공급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 6월 공개된 맥북 에어 제품. /사진=애플
지난 6월 공개된 맥북 에어 제품. /사진=애플

삼성디스플레이의 IT용 8.7세대 OLED 공장은 태블릿 PC와 노트북 패널을 생산할 예정이다. 애플은 해당 OLED 라인의 핵심 고객사로 오는 2024년에 OLED 패널을 탑재한 아이패드를 출시하고, 이후 적용 범위를 맥북과 아이맥 등으로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증착기 공급 계약이 마무리되는 시점은 연말 혹은 내년 초로 관측된다. 이후 대규모 투자를 통해 8.7세대 OLED 라인 구축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일부 국내 협력사에 IT용 OLED 장비를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도 8.7세대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LCD 사업을 접었고, 대형 QD OLED 패널 생산량은 적은 상황에서 초격차를 지킬 분야는 중소형 부문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과정이 순탄치 않아 당초 예상보다 라인 구축에 시간은 더 걸리고 있지만, 8.7세대 투자는 곧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8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술대회(IMID) 2022’ 기조연설자로 나서 향후 연 매출 500억 달러(66조4700억원) 달성을 위해 오는 2024년 가동을 목표로 8세대 OLED 라인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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