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토키, 증착기 가격 1조원 중후반대 요구···단가 이견 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협약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아산시청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달 4조1000억원을 투입해 IT용 8.6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을 건설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지 한달 이상이 지났지만, 핵심 장비인 증착기 발주는 ‘감감무소식’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일본 캐논토키가 장비 단가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산 시점인 오는 2026년까지 여유가 있는 만큼 삼성디스플레이가 여유를 갖고 협상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2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캐논토키에 아직 증착기를 발주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증착은 유기 재료를 고열에 가열한 뒤 기판에 부착해 디스플레이 픽셀을 만드는 기술로 핵심 공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IT용 8.6세대 OLED 라인 구축하려면 기판 크기에 맞는 증착기 반입이 필요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캐논토키의 수평 방식 증착기 도입 가격을 놓고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캐논토키는 1조원 중후반대를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전체 투자 비용 4조1000억원 가운데 약 40%가 증착기 가격에 해당하는 셈이다.

지난해 양사는 1조원 미만에서 증착기 도입에 합의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그러나 캐논토키가 요구한 금액이 더 높은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고객사인 애플이 캐논토키 증착 장비를 선호하는 만큼 캐논토키가 완강한 자세를 고수하고 있단 분석이다. 당초 삼성디스플레이는 일본 알박의 수직 증착기 도입도 검토했으나 지금은 캐논토키 장비 반입으로 가닥을 잡았다. 애플은 알박의 수직 증착 기술이 검증되지 않아 캐논토키 장비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논토키의 수평 증착기는 기존 6세대 OLED 공정에서 활용된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SID 디스플레이 위크 2023’ 부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장비 가격은 공급사가 수요업체에 맞추는 것인데 캐논토키가 가격을 깎지 않는 건 애플이 선호하는 걸 알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삼성디스플레이의 8.6세대 OLED 라인은 맥북 물량을 타깃으로 한 생산 시설인 만큼 애플 의중이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이외에 증착기 수요가 없어 캐논토키가 단가를 낮추지 않고 있단 평가도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경영난으로 IT용 OLED 투자를 단행하기 어렵고, 중국 BOE도 아직 투자 확대에 나서지 못했다. 캐논토키 입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최대한 높은 값을 받아야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단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도 협상을 서두를 이유가 없단 분석이 나온다. 회사가 지난달 발표한 8.6세대 라인 가동 시점은 2026년으로 약 3년여가 남았다. 올해 말까지만 증착기를 발주해도 장비 반입과 테스트, 라인 셋업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와 캐논토키 모두 대안이 없기 때문에 적정 수준에서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양사 입장 차가 큰 만큼 협의가 더 길어질 수는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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