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무기’ 자주포·경공격기 중심 수출, 안보 상황에 첨단무기 부족···“경쟁국보다 부족한 기술력”
늘어난 방위력 개선비로 정부·군·기업 기술집약 무기 고도화 추진

한국항공우주(KAI)가 폴란드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FA-50 경공격기. /사진=KAI
한국항공우주(KAI)가 폴란드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FA-50 경공격기. / 사진=KAI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국내 방산업계가 올해 수출 100억달러(약 14조원)를 돌파할 전망이다. 2010~2020년 매년 30억달러 수준에 머물던 방산 수출규모는 지난해 70억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20일 한국항공우주(KAI)에 따르면 최근 폴란드 군비청과 30억달러(약 4조2000억원) 규모의 FA-50 경공격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KAI가 2011년 T-50 전투기를 수출한 이후 사상 최대 규모 계약이며, 유럽 시장에 첫 진출한 사례다. 물량 및 가격 기준으로 국내 항공기 완제품 수출의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KAI의 지난해 매출 2조5622억원의 164.2%다.

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국내 방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누적 수출액은 약 90억달러다. 조만간 호주와 노르웨이에서 국산 장갑차 계약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100억달러 돌파는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방산 수출량이 크게 늘면서 관련 주가도 상승세다. 시장 주도주로 꼽히는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이차전지·방산·원자력)’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표 방산주인 KAI의 주가는 증시 약세에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달 7일에는 6만39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방산업계는 100억달러 수출 기대감에 마냥 기뻐하지 못하는 기색이다. 올해 수출량을 앞으로도 유지하기 위해선 경쟁국보다 월등한 첨단 무기체계를 개발해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출 상황은 과거 사례가 없을 정도로 좋다”며 “하지만 좋은 시기가 오래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내 방산업계의 근본적 약점 중 하나인 기술집약형 무기 판매량이 적어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 무기는 자주포나 전투기 등이다. 전쟁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재래식 무기가 대부분이다. 북한과 대치 중인 안보 상황에서 선진국이 최첨단 무기에 집중할 때 한국은 실전용 무기 고도화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첨단기술이 집약된 유도무기나 소형 전투드론, 항공기 부품 등의 분야에서는 부진한 수출량을 보인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글로벌 방산수출 구조변화와 우리의 대응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방산제품의 수출 고도화 지수는 51.5다. 미국(80)과 영국·독일·프랑스(60) 등 경쟁국과 비교해 낮은 실정이다.

글로벌 방산 시장은 대형 시대에서 소형·첨단무기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정부와 국내 방산업계도 이 점을 인지하고 관련 연구개발에 자금 및 시간·인력을 대대적으로 투입 중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방산은 산업 특성상 정부의 국방비 예산에 맞춰 R&D(연구개발) 자금을 편성하는 구조다. 국방비는 전력운영비와 방위력개선비로 나뉜다. 전력운영비는 현재 운용 중인 무기의 가동·유지·보수에 사용되는 자금이다. 방위력개선비는 신규 무기를 개발 등에 투입되는 비용이다.

국방비의 증가와 함께 최근 5년간의 방위력 개선비가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이다. ▲2017년 12조1970억원 ▲2018년 13조5203억원 ▲2019년 15조3733억원 ▲2020년 16조6804억원 ▲2021년 16조9964억원 ▲2022년 16조6917억원 등이다.

내년 국방비는 올해보다 4.6% 늘어난 57조1268억원이다. 전체 예산의 8.9%다. 이 중 방위력개선비는 17조179억원이 편성돼 2.0% 늘었다. 방위력개선비를 주관하는 방위사업청은 첨단무기 연구개발에 대부분 투입할 방침이다.

방위사업청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차와 자주포, 경공격기에 첨단기술을 반영하는 동시에 신규 무기체계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정부와 군, 관련 기업이 힘을 합쳐 방산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신무기 연구에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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