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민영화 움직임 나타나면 본격 인수 추진”···인수 성공시 국내 시장 60% 점유 거대 방산 기업으로 거듭나
김승연 한화 회장, 글로벌 톱10 방산기업 목표···‘20위권’ 한화 4사·‘50위권’ KAI 합병시 10위권 가시화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굳어진 국내 방산 삼국 지형에 변화가 감지된다. 업계에 따르면 새 정부 들어 한화가 재차 KAI(한국항공우주) 인수를 재추진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섰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한국판 록히드마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KAI 인수가 필수라고 본다. 단, KAI의 민영화라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 ‘한국판 록히드마틴’ 꿈꾸는 한화
국내 방산 시장은 한화 4사와 KAI, LIG넥스원 등 핵심 3사가 주름잡고 있다. 업계에선 이들의 매출 규모 등에 따라 각 기업을 우리나라 삼국시대에 비유한다. 15조원에 달하는 방산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한화 4사를 고구려, KAI를 백제, LIG넥스원은 신라에 비유한다.
방산 3사의 시장 점유율은 고구려와 백제, 신라 등 삼국시대가 장기간 이어진 것처럼 큰 변동이 없었다. 지난 1999년 KAI가 항공기 제조업체인 대우중공업과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의 항공 사업부문이 통합해 설립된 이후 정부가 주요 수요자라는 방위 산업의 특성상 미세한 변동은 있었지만 괄목할만한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굳어진 삼국 지형의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매출 규모처럼 국내 방산 시장의 대장은 한화다. 한화그룹의 방산 사업은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등 4사가 담당한다.
김승연 회장은 2015년 삼성그룹으로부터 탈레스와 테크윈 등 방산 기업을 인수해 ‘한국판 록히드마틴’의 초석을 닦았다. 록히드마틴은 미국의 대표 방산회사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운영하던 ‘스타크 인더스트리’는 록히드마틴을 참고해서 만들어진 가상 기업이다.
김 회장은 한국판 록히드마틴을 완성하기 위해 KAI 인수를 필수조건으로 판단한다. KAI는 국산 군용기 대부분을 개발한다. 특히 KAI는 지난 19일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세계에서 8번째로 초음속 전투기 개발 성공 국가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향후 전투용 적합 판정과 시험비행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면 2026년부터 양산이 시작된다.
◇ 한화·KAI 시너지를 위한 출발점 ‘민영화’
전투기 엔진과 랜딩기어 등 군용기의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한화가 KAI를 인수하면 해당 사업의 수직 계열화가 완성된다. KAI의 전투기 제조 능력에 한화의 부품 생산 라인이 합쳐지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진정한 항공·방산기업이 탄생하는 셈이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방산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15조3312억원이다. 이 중 한화 방산 4사가 약 6조원, KAI가 약 3조원을 차지한다. 국내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는 거대 방산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화 고위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은 한화그룹이 글로벌 상위 10대 방산기업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한화 방산기업의 세계 순위는 20위권이다. 50위권인 KAI를 인수한다면 톱10 진입을 노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민영화가 시도된 KAI 인수를 위해 꾸준히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정부 측에서 민영화 결정을 내리는 시점이 본격적인 인수 시기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방산은 산업 특성상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 또 KAI의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KAI의 생산라인이 있는 경남 사천을 찾아 민영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바 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방산사업의 핵심인 우주 사업에 각별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현 정권에서 민영화 시기가 조율된다면 한화의 KAI 인수는 조만간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편, 한화의 방산 및 우주 관련 사업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이끌고 있다. 누리호가 지난달 발사에 성공해 우주 산업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큰 만큼, 우주사업 활성화를 위해 미래 전략 수립과 실행의 중심에 김 사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