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영업이익 2조3292억원, 역대 분기별 최대 실적 갱신
배터리 사업 영업손실은 3266억원, 원가 부담 장기화에 적자 지속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올해 1분기에 기록했던 ‘역대 분기별 최대 실적’을 3개월 만에 경신했다. 석유 제품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해당 사업의 성장 덕분이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 성적표다. 배터리 부문은 여전히 적자가 계속되며 회사의 고민거리로 남았다.
SK이노베이션은 29일 올해 2분기 매출 19조9053억원, 영업이익 2조3292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8조6525억원(76.9%), 영업이익은 1조7732억원(318.9%) 늘었다.
회사 측은 “지정학적 이슈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 불안과 코로나 엔데믹 이후 석유 제품의 수요증가로 정제마진이 개선되고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 사업 재고 관련 이익 증가와 설비 운영 최적화 등이 실적에 큰 도움이 됐다”며 “특히 올해 들어 석유 제품 수출 물량이 크게 증가한 것이 최대 실적의 핵심 요인”이라고 밝혔다.
올해 들어 석유 제품 수출규모는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를 통해 반도체에 이어 상반기 주요 수출 품목 2위에 이름을 올렸다.
SK이노베이션의 상반기 석유 제품 수출 물량은 6500만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41.4% 늘었다. 석유 사업을 포함한 SK이노베이션의 화학과 윤활유, 배터리, 배터리 소재 등의 2분기 수출 실적은 전체 매출의 71%에 달한다.
사업별로 보면 석유 사업은 정제마진의 개선으로 2조229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기존 최대 실적이던 1분기 대비 7224억원 늘었다. 윤활유 사업의 영업이익은 2552억원, 화학 사업은 760억원 등이다.
다만, 배터리 사업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 등으로 영업손실 3266억원을 기록했다. 판매물량 감소 및 유럽 지역에서의 공장 가동비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 1분기 영업손실 2732억원 대비 19.5% 늘어난 적자 규모다. 또 올해 상반기 메탈 가격 상승으로 배터리 가격이 오르면서 판매량이 감소한 탓에 매출이 1분기 대비 크게 늘지 않았다. 2분기 매출은 1조2880억원이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부문은 부진한 신규 공장 가동률 등으로 수익성 개선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며 “원가 부담 장기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당 사업의 적자 규모는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회사 측은 하반기 들어 적자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미국 조지아 1공장과 헝가리 2공장 등 신규 공장의 수율 안정화와 중국 옌청 2공장 가동으로 외형성장을 달성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진선미 SK온 기획 담당은 실적발표와 함께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들어 원재료 가격 안정화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여러 OEM과 원재료 가격에 대한 협상을 진행중”이라며 “이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며 배터리 부문의 흑자전환은 올해 4분기쯤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예상 매출 규모는 지난해 대비 2배 늘어난 7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예상치 못한 경영환경 변화가 나타나더라도 예상 매출 및 흑자전환 달성을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실적 발표와 함께 대규모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배터리·소재 부문에 2018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약 8조원의 투자를 단행한 만큼, 앞으로도 기존 투자 금액에 더해 20조원을 해당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폐배터리 재활용(BMR)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해 2025년부터 상업 가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5년간 총 30조원을 환경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부문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도 미래 에너지와 관련된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저탄소·무탄소 에너지와 순환경제 중심의 친환경 포트폴리오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친환경 에너지 소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자회사인 SK온의 IPO(기업공개)에 관해선 말을 아꼈다. 당초 상장계획 대비 지연되고 있음에도, 구체적인 시기나 규모는 알리기 어렵다고 컨퍼런스콜에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