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니켈 배터리 제조비용, 올 3월 기준 80.3달러···1년 4개월 만에 27% 상승
원자재 가격 상승 장기화···완성차업체, 배터리 가격 인상분 수용이 관건
배터리기업 수익성 개선 필요하지만 시장 위축 우려로 무작정 인상 어려워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서지민 기자]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배터리기업과 완성차업체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모습이다. 완성차업체는 배터리 가격이 인상될수록 전기차 가격도 비싸지는 만큼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반면 배터리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배터리 가격에 연동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이 조치만으로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으로 전기차 가격 이슈로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면서 배터리기업과 완성차업체 간 배터리 가격 책정의 어려움은 지속될 전망이다.

14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전기차 배터리 삼원계(NCM) 811의 제조비용은 1kWh당 80.3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11월 63달러에서 1년 4개월 만에 27% 상승한 가격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 폭등에 따라 배터리 가격도 꾸준히 상승세다. 작년 1월과 비교했을 때 리튬은 올해 3월 기준 톤당 395달러에서 4000달러로 913% 급등했다. 같은 기간 니켈은 톤당 1만7846달러에서 4만2995달러로, 코발트는 톤당 3만7692달러에서 8만2400달러로 급등했다. 세 광물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주력 제품인 NCM 배터리에 쓰이는 핵심 금속들이다. 

문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당초 배터리업계는 배터리 기술 발전에 따른 배터리 가격 지속 하락을 예측해 왔지만, 원자재 가격 급등에 배터리 가격 하락 역시 요원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익환 SNE리서치 부사장은 지난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NGBS 2022’에서 “당초 전망한 건 배터리팩 가격이 2018년 188달러에서 꾸준히 줄어들 것으로 봤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보면 원자재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별로 안 보인다. 오히려 2024~2025년까지는 계속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상황에 배터리기업과 완성차업체는 배터리 가격 협상을 힘을 들이고 있다. 배터리 기업들은 완성차업체와 4대 소재 가격이 배터리 가격에 연동되는 계약을 맺고 있다. 그러나 최근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현 인상폭을 세부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배터리기업과 완성차업체가 가격 재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소재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데, 그전에 계약했던 배터리 가격으로 판매하게 되면 배터리기업의 손해가 크다. 그래서 원자재 가격이 올라간 만큼 판가에 다시 반영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배터리 가격을 두고 서로 입장이 다른 만큼 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기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추세가 이어질수록 이해관계는 더욱 충돌할 전망이다. 전기차 가격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배터리의 가격이 비싸질수록 완성차업체의 부담은 커진다. 배터리기업 입장에서는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온전히 배터리 가격에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완성차업체가 어느 수준까지 배터리 가격 인상분을 수용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테슬라는 배터리 가격 상승으로 지난 한달 동안에만 모델3과 모델Y의 가격을 400~600만원씩 인상한 바 있다. 지난 1년을 놓고 보면 총 1500만원 가량 인상을 단행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기차 가격의 인상 여지가 작아질수록 배터리 가격에 대한 인하 압박이 제기될 수도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지금 전기차 전환은 각국의 친환경 규제 차원에서 일정 부분 강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지점이 있다. 이 때문에 완성차기업들은 전기차를 무조건 팔아야만 하는 상황인데, 배터리 가격이 올라가면 차량 가격을 올려도 수익이 그대로거나 낮아질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수요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다. 배터리 가격 인하 압박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배터리 가격이 계속 오르면 전기차 가격도 당연히 영향을 받는다”면서도 “다만 원자재 가격이나 배터리 가격이 앞으로 얼마나 오를지는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배터리기업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전기차 가격이 비싸지는 것이 불리하기 때문에 배터리 가격 인상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배터리 가격 인상이 전기차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게 되면 전기차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배터리 가격이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배터리기업들은 글로벌 OEM사들이 저가 배터리 채택을 확대하는 것도 부담이다. 최근 테슬라를 필두로 BMW, 현대차 등 글로벌 OEM사들이 LFP 배터리 채택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하이니켈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기업 입장에서는 저가 배터리에 대한 압박이 커지는 셈이다.

배터리기업 관계자는 “완성차업체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배터리 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저가 배터리 모델이 없는 배터리기업들에는 이 자체가 압박”이라고 전했다.

이에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저가 소재 개발 등을 통해 배터리 가격 인하를 위해 힘쓰고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LFP 배터리 개발을 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양극재에 코발트를 쓰지 않는 ‘코발트프리’ 배터리 개발도 나서고 있다. 삼성SDI는 저가 배터리 대응을 위해 코발트프리(NMX)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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