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폐배터리 사업 위해 세제 혜택·지원금 보조···SK온, 건설현장에 ESS 투입
LG엔솔, 中 기업과 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 설립···삼성SDI, 천안울·산 사업장에 파쇄 폐기물 순환체계 구축

 

폐배터리를 재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사용되고 있는 경기 안양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SK
폐배터리를 재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사용되고 있는 경기 안양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SK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다 쓴 폐기물도 다시 보자.”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맞춰 폐배터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 분야는 업계에서 ‘미개척지’로 평가된다. 다 쓴 배터리 및 ESS가 아직 시장에 많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는 2030년 20조원, 2050년 최대 600조원으로 폐배터리 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삼성SDI와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주요 배터리 3사는 관련 연구개발은 물론 대형 프로젝트 돌입 등 시장 선점을 위한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폐배터리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가장 큰 이유는 과거 보급된 전기차 배터리의 교체 시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은 5~10년이다. 테슬라를 중심으로 전기차 보급이 2020년 전후로 빨라진 점을 고려하면 2025년부터 폐배터리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확실시된다.

또한 폐기물 재사용 및 재활용에 주목하는 정부 정책도 폐배터리 시장 확대를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다. 정부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6월 16일 발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7월 5일 발표) 등에서 폐배터리 재활용을 비중 있게 다뤘다.

사용된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활성화하는 방안과 폐배터리에서 희소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한다는 게 정책의 골자다. 아울러 이 분야를 연구개발 및 추진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 및 정부의 환경 보조 지원금 등을 줄 방침이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우리 정부 외에도 유럽 역시 상반기부터 ‘지속가능한 배터리 법안’을 추진 중이다. 배터리 원자재의 재활용을 일정 비율 의무화한다는 내용”이라며 “연내 법안 발효를 추진 중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이에 따라 폐배터리 생태계 확장에 국내 배터리 3사는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장 선도자는 SK온이다. 폐배터리 관련 프로젝트 추진과 함께 독자 기술을 개발했다. SK온은 기아 니로EV의 폐배터리 6개를 재활용한 300kWh급 ESS를 구축해, 이를 SK에코플랜트가 경기 안양에 짓고 있는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활용 중이다.

SK온 관계자는 “건설 현장은 전력 소모량이 낮은 야간과 달리 낮에는 타워크레인과 화물운반장비 등 필용한 장비 운영으로 전력 사용이 많다”며 “재활용된 ESS를 통한 새로운 전력공급시설로 심야 시간에 외부의 잔여 전력을 저장해 오전·오후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온의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재활용 사업(BMR)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BMR 추진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2025년까지 BMR 사업에서 매출 3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6일 중국 1위 코발트 정련업체 ‘화유코발트’와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합작 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내 최초의 한중 합작 배터리 재활용 법인이다. 양사는 올해 중 운영방안 등 세부내용을 협의해 합작법인 설립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 법인은 배터리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과 수거된 폐배터리 등에서 양극재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리사이클 니켈과 코발트, 리튬 등을 추출한다. 추출한 원료는 생산 과정을 거쳐 중국 장쑤성 난징시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생산공장에 공급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위해 배터리의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자원 선순환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합작 법인 설립으로 원재료 공급 안정성 및 원가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과 함께 북미 배터리 재활용 기업인 ‘라이사이클’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6%를 확보했다. 투자금액은 두 기업이 300억원씩 부담해 총 600억원이다. 

라이사이클은 2016년 설립된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회사로 배터리를 재활용해 배터리 핵심 원재료를 추출하는데 전문 기술을 확보한 곳이다. LG는 이번 지분투자로 2023년부터 향후 10년간 라이사이클이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니켈 2만톤(t)을 공급 받기로 했다.

삼성SDI는 폐배터리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2020년 천안 및 울산 사업장에 파쇄 폐기물 순환체계를 구축했다. 폐기물은 전문 업체를 거쳐 황산 코발트로 재생산되고 삼성SDI의 원·부자재로 활용된다. 배터리 재활용률과 원자재 회수율 향상을 위해 사내 연구소에 ‘리사이클 연구소랩’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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