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일부 배터리 10년간 수입 금지” 美 ITC 최악 결정에 피해 최소화 앞장
10년 소송전 종료 후 특허 등록 집중···2년 연속 200건 돌파 무난할듯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배터리사업부문(현 LG에너지솔루션)은 10년간 치열한 소송전을 벌여왔다. LG 측이 2011년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특허 침해를 제기하며 국내에서 시작된 이 법적 다툼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영업비밀 침해와 분리막 특허 관련 추가 소송으로 번졌다.

LG는 2011년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리튬이온분리막 기술의 특허를 침해 받았다며 소송을 냈다. SK 측은 특허심판원에 LG화학 특허 관련 무효심판을 청구하며 맞불을 놨다. 이 첫 번째 대결에서 법원은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2019년 LG는 SK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ITC는 지난해 2월 LG의 주장을 인정했고, 이로 인해 SK는 향후 10년간 미국에서 일부 배터리 품목 생산 및 판매가 금지될 위기에 처했다.

SK이노베이션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과거부터 특허 전쟁의 숨은 주역으로 활약한 ‘IP전략실’에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었다. 이 조직은 배터리와 정보전자소재, 석유·화학 분야의 특허를 발굴하고 업계 동향을 파악해 전략을 수립하는 IP개발팀과 특허를 라이센싱(협상·계약)하고 분쟁에 대응하는 IP라이센싱팀으로 구성돼 있다.

IP전략실은 2010년대 초반 분리막 소송을 승리로 이끈 경험치를 바탕으로 ITC 판결에 따른 미국 활동 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당시 IP전략실을 이끌 수장으로 SK이노베이션 법무실 이성희 실장이 낙점됐다.

이 실장과 IP전략실의 노력으로 10년간 미국에서의 배터리 판매 및 생산 금지 조치를 무마시켰다. 합의금을 지급하는 한편, 향후 10년간 추가적인 소송전을 벌이지 않기로 약속했다. 영업비밀침해 및 증거인멸 정황 등으로 ITC로부터 최악의 통보를 받았지만, 합의를 통해 갈등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위기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IP전략실은 LG가 2019년 9월 제기한 ITC에 제기한 배터리 분리막 등 특허 침해 관련 소송에서도 SK가 침해하지 않았다는 결정을 받아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영업비밀 소송에선 기업의 어려움을 줄이는데 큰 기여를 했고, 분리막과 관련해선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모두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얻어냈다.

SK이노베이션의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 /사진=SK
SK이노베이션의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 / 사진=SK

소송전이 끝난 후 이 실장은 본인의 바통을 이성용 부사장에게 넘겼다. 이성용 부사장은 이성희 실장과 함께 법적 다툼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한 공로를 인정 받아 지난해 인사에서 임원으로 신규 선임됐다.

IP전략실은 SK그룹의 조직구조 변화에 따라 현재는 ‘IP전략담당’으로 명칭을 바꿨다. 현재 이 부사장을 중심으로 전문 인력을 선발·채용해 특허 등 지식재산권의 관리 및 개발, 출원 등록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과거와 같은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배터리 사업과 관련된 특허권 및 실용신안권 획득·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국내 특허 및 실용신안 등록 건수는 LG와의 소송전이 끝난 2021년부터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 119건 ▲2019년 163건 ▲2020년 131건 ▲2021년 208건 등이다. 소송전이 격화된 2020년에는 전년 대비 19.6%(32건) 등록 건수가 줄었지만, 다툼이 끝난 지난해는 58.8%(77건) 늘었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등록건수를 기록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올해 상반기 101건의 신규 특허 및 실용신안을 등록한 만큼 지난해에 이어 200건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IP전략 조직은 그동안 석유와 윤활유, 석유화학 등 기업의 주력 사업제품에 관련된 특허를 보호하고 경쟁사 견제를 막기 위한 활동에 집중해왔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배터리 사업이 회사의 핵심 사업으로 떠올라 중대형 리튬 이차전지 관련 소재와 셀, 모듈, 시스템 분야 특허 출원에 집중해, 상용화 제품에 활용하거나 기술 선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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