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흡입형 칵테일 치료제 임상 3상 준비
현대바이오, 범용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 속도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선 국내 기업들이 임상을 자진 중단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셀트리온과 현대바이오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은 각사의 후보물질을 변이 바이러스 및 범용 치료제로 개발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불확실한 개발 성공 여부와 시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중단을 선언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팬데믹이 풍토병으로 전환되면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개발 절차를 완주하는 게 수익성 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에서다. 그러나 셀트리온과 현대바이오는 각각 코로나19 변이, 범용 바이러스 치료에 효능을 보이는 후보물질을 내세워 임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대응이 가능한 치료제 ‘흡입형 칵테일’ 개발에 착수해 글로벌 임상 3상을 준비 중이다.
해당 후보물질은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CT-P63’과 주사형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를 개량한 흡입형 후보물질로 총 2종류의 물질을 병합한 형식(칵테일)이다. 기화된 액체를 입으로 흡입하는 제형으로 알려져 있다.
셀트리온은 흡입형 칵테일 치료제에 대해 국내를 포함한 보스니아와 세르비아 등 유럽 국가 등에서 임상 3상을 시행할 계획이다. 총 2200명을 모집한다는 것이 목표다. 셀트리온은 지난 2월 코로나19 흡입형 칵테일 항체치료제(흡입형 치료제)에 대한 임상 3상 시험계획서(IND)를 보스니아·세르비아·북마케도니아 등 3개국에 제출했다. 현재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앞서 셀트리온은 렉키로나(CT-P59)의 흡입형 제재로 공동 개발 파트너사인 인할론바이오파마(Inhalon Biopharma)와 함께 호주에서 건강한 피험자 24명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해 안전성을 입증한 바 있다. 또 다른 코로나19 항체치료제 후보물질 CT-P63도 임상 1상에서 안전성을 확인했다.
셀트리온은 향후 흡입형 제형을 투약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알약형태로 개량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앞서 팍스로비드 등 다양한 알약형 제네릭(복제약)을 제조하는 생산시설을 마련해 흡입형 후보물질 개발이 완료되면 제형변경 개발도 이어질 수 있다”면서 “흡입형 치료제는 코를 통해 흡입하는 방식으로 정맥주사 방식보다 높은 복약 편의성과 적은 양으로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제성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현대바이오는 코로나19를 비롯해 바이러스 범용치료제로 개발한 먹는 항바이러스제 후보물질인 CP-COV03의 코로나19 환자모집 공고 등 임상2상의 투약절차를 개시했다.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2상에선 적정 투약량을 설정하고 약물의 효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CP-COV03는 구충제 성분인 니클로사마이드를 주성분으로 한다. 니클로사마이드는 코로나19 감염 시 숙주인 세포의 자가포식 작용을 활성화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차단하는 작용기전이다. 현대바이오는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지난 임상 1상에서 약물 독성에 따른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아 약물의 안전성을 확인했다.
현대바이오에 따르면 CP-COV03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면 세포가 바이러스를 이물질로 인식해 자가포식 작용을 촉진, 모든 바이러스를 제거하도록 하는 약리작용을 지녔다는 설명이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이번 임상 2상에서 CP-COV03의 유효성을 확인하면 코로나19와 변이 바이러스, 독감 등 다양한 바이러스에 적용 가능한 범용 항바이러스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CP-COV03가 범용 항바이러스제로 탄생하면 바이러스 감염 시 범용치료제 처방으로 신속한 선제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이 누렸던 코로나19 특수가 끝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 대다수의 백신 접종과 엔데믹 전환 등 외부환경 변화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각국의 코로나19 엔데믹 기대감이 커지면서 치료제와 백신 개발 기업들이 임상을 자진 중단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일부 기업 중엔 내부적으로 개발을 중단했으나 알리지 않은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변이의 출현으로 인한 재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여러 변이에 대응 가능한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경쟁자가 줄어든 코로나19 치료제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