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팍스로비드·라게브리오 등 해외 치료제 공급 확대
국산 치료제, 편의성·효능 뒤처져···경쟁력 확보 우려↑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국내에 도입되는 해외 치료제 수가 늘어나면서 국내 제약사의 항체 치료제 활용도와 주목도가 떨어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해외 치료제 도입 후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는 국산 경구용 치료제들에 대한 경쟁력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먹는 치료제 수요가 급증하자, 국내에 공급되고 있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외에 다른 제품의 사용을 허가했다. 지난 26일부터 머크앤드컴퍼니(MSD)의 먹는 치료제 ‘라게브리오 캡슐’(성분명 몰누피라비르)이 코로나19 환자에게 처방되기 시작한 것이다. 방역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저하자 대상 치료제 ‘이부실드’에 대한 도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부실드까지 국내에 공급되면 화이자, MSD, 길리어드, 아스트라제네카 총 4곳의 다국적제약사 치료제가 국내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해외 치료제 국내 공급이 본격화된 이후 국산 치료제의 시장 점유율 확대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쟁쟁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치료제를 제치고 시장성을 확보하기에는 편의성에서 뒤처지고 후발주자로서 경쟁력 확보에 다소 무리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국산 경구용 치료제들 마저도 개발이 완료되는 시점엔 이미 해외 제약사의 치료제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국내에 허가된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는 JW중외제약 ‘악템라’,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가 있다. 그러나 악템라와 렉키로나는 주사형 항체 치료제로, 먹는 치료제 대비 편의성이 떨어지고 변이 대응에 뒤처진다는 지적이 대두돼왔다. 렉키로나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효과가 적다는 이유로 지난달 18일부터 사용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1차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는 빠르게 백신 시장을 선점해왔다. 국내 누적 접종률이 80%를 상회하는 현 상황에서도 상용화된 국산 백신이 없는 것처럼 치료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는 이유다.

실제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국내 보급이 시작되면서 치료제 개발을 자진 중단하거나 임상 계획을 수정하는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같은 추세도 업계의 우려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새로운 팬데믹 대응을 위해 백신·치료제 주권 확보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4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슈가 있을 때마다 바이러스 치료제와 백신 자급 중요성은 더욱이 부각됐다. 백신 및 치료제 주권은 국가의 경제력, 국가안보능력을 가늠하는 척도라는 것을 그간 국민과 정부는 수없이 체감해왔다.

그럼에도 신종 바이러스 치료제와 백신 분야에서 해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은 여전히 한계로 지목된다. 코로나19로 더욱 절실해진 자급자족 백신·치료제 생산능력은 아직까지 꿈 같은 이야기로 와닿는다.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덩치를 키워나가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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