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구용 치료제 처방 연령층 및 기관 확대
재택치료자 폭증···코로나19 치료제 수요 증가
상반기 K-먹는 치료제 나올까···업계 기대감↑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방역체계가 고위험군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재택치료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경구용(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처방 건수 확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처방 연령층 및 의료기관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다만 국내 허가된 경구용 치료제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뿐이다. 업계는 국산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탄생 여부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1일부터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인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투약 대상을 40대 기저질환자까지로, 처방기관을 노인요양시설과 요양병원, 감염병전담병원으로 확대했다. 권근용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이하 추진단) 접종관리팀장은 지난 18일 “(코로나19 먹는약이) 더 많이 투여되는 방향으로 검토하며 기저질환자 범위도 다시 한번 안내하겠다”고 밝히면서 경구용 치료제 보급 범위 확대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또 최근 정부는 일동제약과 셀트리온 등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진행 현황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올해 처음 등장할 국산 신약이 코로나19 백신·치료제가 유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동제약은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 개발 중인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S-217622’에 대해 지난해 11월 식약처로부터 임상 2·3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현재 국내 24개 의료기관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일동제약은 지난 16일 후기 임상 2상과 3상을 동시에 진행하려던 개발 일정을 2상 결과를 먼저 확인한 뒤 3상을 진행하는 일정으로 바꿨다. 2상 결과에 따라 식약처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하기 위함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시오노기제약이 별도로 진행한 전기 임상 2상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확인됐다”며 “시오노기제약도 일본에서 임상 2a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임상 프로토콜(기준)을 변경했으며 임상 3상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 2상 결과를 토대로 올 상반기 긴급사용 승인 신청을 목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동제약의 S-217622 국내 임상은 19세 이상 70세 미만 환자 200명 이상을 목표로 한다. S-217622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 싱가폴, 베트남, 유럽 등 14개국에서 임상이 진행 및 준비 중이다. 글로벌 임상 전체 규모는 약 2000여명이다.
종근당도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종근당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CKD-314)은 지난해 4월 식약처로부터 임상 3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지난해 말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아울러 아르헨티나, 인도, 러시아, 브라질, 태국에서도 임상시험 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종근당은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중증 고위험군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나파벨탄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임상 대상국 중 최근 러시아와 갈등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경우 현지 정세를 살피며 임상을 지속할 계획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지정학적 문제로 우크라이나 임상 불확실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임상은 이어갈 계획이다”라며 “다만 현지 정세를 살피며 임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20년 러시아 임상 2상에서 나파벨탄이 중증 고위험군 환자의 증상 악화를 방지하고 치료 기간과 치료율을 개선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후발주자인 현대바이오사이언스(현대바이오)도 지난 1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항바이러스제 ‘CP-COV03’의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식약처에 신청했다. 오는 3월 중 긴급사용승인 신청이 가능하도록 환자수를 늘리고 2a, 2b상 통합임상을 통해 임상기간도 단축할 방침이다.
◇ “환자 모집 어려워”···개발 중단 사례도
다만 임상 참여 환자 모집 어려움으로 개발을 중단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앞서 대웅제약은 지난해 1월 밀접접촉자를 대상으로 한 예방 개념 치료제와 지난 2020년 12월 환자 대상 치료제로 각각 국내 임상 3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예방용 치료제 개발은 중단한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미접종자 환자 모집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환자 대상용 치료제는 지난해 12월 임상계획 승인을 받은 이후 3상 환자 모집과 투약을 병행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예방용 치료제의 경우 미접종자를 모집해야 하는데 국내 접종률이 높아지다 보니, 환자 모집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며 “환자 대상용 치료제 임상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큐리언트도 임상 참가자 모집 난항으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상 도중 개발 중단을 감행했다. 큐리언트는 지난해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투약을 시작했지만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경구용 치료제는 의료진 없이 집에서 쉽게 복용하고 보관도 편하다는 점에서 다른 제형의 치료제에 비해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라며 “특히나 확진자 치료 체계가 재택치료로 바뀌면서 집에서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치료제 수요는 더욱 높아질 것”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진 국내 허가된 먹는 치료제가 팍스로비드 뿐이고, 처방 나이대와 기관도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처방 건수가 저조했으나,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다만 환자 모집이 쉽지 않고,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임상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