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2022년 임원인사 단행···조현민 사장 2020년 말 부사장 승진 후 불과 1년 만
2020년 경영권 분쟁서 조원태 회장 손 들어주며 승리 이끈 데 대한 보상이란 분석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조현민 ㈜한진 부사장이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일각에선 조현민 사장의 초고속 승진에 대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간의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조원태 회장 손을 들어준 것이 아직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한진그룹은 지주회사 및 그룹 계열사에 대한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조현민 ㈜한진 부사장과 노삼석 ㈜한진 부사장은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조현민 사장의 승진에 대해 업계에선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조 사장은 ‘물컵 갑질’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또한 외국인 신분으로 진에어 등기이사 재직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2018년 국토교통부로부터 진에어가 신규 취항 제한 등 제재를 받게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6월 조 사장은 당시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슬그머니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그러던 중 한진그룹과 조현아·KCGI·반도건설 3자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으며, 오빠인 조원태 한진 회장과 언니인 조현아 전 부사장 간 경영권 갈등이 본격화됐다. 당시 3자연합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31.98%로 조 회장(6.52%)과 특수 관계인(4.15%)를 합친 것(10.67%)보다 월등히 많았다.
조 회장에게 형세가 불리한 가운데 조 사장과 어머니인 이명희씨는 지난 2020년 주주총회를 한 달여 앞두고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조 사장과 이씨는 입장문을 통해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한진그룹의 전문 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조 부사장에 대해선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입장을 밝혔다.
델타항공(10.0%), 카카오(1.0%) 등이 앞서 우군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조 사장(6.47%)과 이씨(5.31%)의 합류가 더해지며 조 회장의 우호 지분은 33.45%까지 올라 3자연합을 역전하게 됐다.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제안하고 주도한 산업은행이 2020년 말 한진칼 지분 10.66%를 확보해 조 회장의 우호 지분이 되면서 경영권 분쟁을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이 과정에서 산은은 총수 일가 특혜 논란이 일자, 조 회장의 다른 가족들은 항공관련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기로 해 조 사장은 한진칼 및 토파스여행정보 임원직을 사임했다. 하지만 택배와 물류사업 등을 담당한 ㈜한진에선 조 사장은 2020년 말 당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 부사장이 2020년 말에 부사장에 승진했을 때도, 경영권 분쟁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눈치도 안보고 벌써부터 승진이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조 사장이 어떤 성과를 냈길래 1년만에 또 다시 초고속 승진한 건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진 실적을 살펴보면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8024억원으로 전년대비 11.63% 늘었고, 영업이익은 743억원으로 9.7% 줄었다. 나쁘지 않은 실적으로 볼 수 있으나,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비대면 쇼핑 증가와 택배 단가 인상 효과 등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CJ대한통운은 매출 8조2863억원, 영업이익 2440억원으로 각각 4.3%, 4.0% 증가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매출 2조4153억원, 영업이익 439억원으로 각각 14.3%, 53.2% 늘었다.
한진그룹은 조 사장 승진에 대해 “조 사장은 물류사업에 IOT, AI 등 새로운 트렌드를 접목했으며, 업계 최초로 물류와 문화를 결합한 로지테인먼트를 구축했다”며 “친환경 물류 기반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실현하는 등 CSV 성과도 도출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한진그룹은 조 사장 외에도 류경표 ㈜한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해 지주회사인 한진칼 사장으로 임명했다. 이승범 대한항공 부사장은 한국공항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병률 대한항공 상무는 진에어 전무로, 권오준 대한항공 상무를 정석기업 전무로 각각 승진 임명했다. 유종석 한국공항 전무와 최정호 진에어 전무는 각각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안교욱 한진관광 상무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한진그룹은 추후 이사회 및 주주총회 의결 등 각사의 정해진 절차를 거쳐 이들을 정식 대표이사로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심사 진행 경과에 따라 추후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