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미래성장전략실 신설 및 마케팅실 확대하며 조현민 부사장에 힘 실어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한진그룹이 남매경영 체제를 본격화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항공사업을, 조현민 ㈜한진 부사장은 물류사업을 맡으며 각자의 영역을 분리했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남매간 갈등의 불씨를 사전에 없애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전날 미래성장전략실을 신설하고 마케팅 총괄부를 마케팅실로 확대하며 두 부서를 모두 조현민 부사장이 직접 맡게 했다. 미래성장전략실은 신사업 발굴 및 개발, 한진 오픈이노베이션 허브 운영, 미래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전략 수립 등을 담당한다. 마케팅실은 기존보다 덩치가 커지며 전사적 공유가치창출(CSV) 및 전략적 마케팅·홍보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진은 작년 말 조 부사장을 마케팅 총괄 전무에서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임원 인사를 진행했다. 한진그룹 내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임원 승진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한항공과 진에어 등은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는 승진 없이 보직 변경 수준 인사에 그쳤다.
이번 조 부사장 승진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에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인수를 지원하는 대신 오너가의 항공 계열사 경영 배제를 요구했다. 조 부사장은 이전에 한진칼 전무와 토파스여행정보 부사장직을 맡았으나, 산은의 요구에 따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업계에선 조원태 회장이 산은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 부사장을 항공 계열사에서 손을 떼게 하는 대신 물류산업을 담당하는 ㈜한진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KCGI와의 경영권 분쟁이 아직 진행 중인 가운데 조현민 부사장 달래기용 인사라는 추측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때처럼 조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결탁하게 될 경우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도 위태롭기 때문이다. 조 부사장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6.47%를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현민 부사장의 경우 가족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도 중립 위치를 지켰으며, 지금은 조원태 회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경영권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오빠인 조 회장을 도와 그룹 성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