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부문에선 완전히 배제된 채 물류부문 경영 집중할 듯
경영권 관련한 조원태 회장과 협력구도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한진그룹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에 대해 항공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하면서 승진시키는 아이러니한 인사를 단행했다. 산업은행과의 약속을 지키면서도 남매가 각자의 영역에서 경영을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조현민 전무는 대한항공 지주사 한진칼 전무와 항공 및 여행 정보 제공업체 토파스여행정보 부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는 한진그룹의 핵심사업인 항공부문에서 조 전무를 완전히 배제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 회장 일가를 항공관련 계열사 경영에서 배제하도록 하겠다는 산업은행과의 약속이행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와 더불어 조 전무는 ㈜한진의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조 부사장은 ㈜한진에서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을 맡게 됐다.
이번 조치와 관련, 일단 업무적으로 볼 때 조 부사장이 항공사업과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얽힐 일은 없다는 해석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류회사인 ㈜한진은 더 이상 사업적으로 볼 때 대한항공과 큰 관련성이 없다”며 “조 전무의 부사장 승진은 항공업과는 무관한 회사로 빠져나갔다고 보면 된다”고 해석했다. 과거 부사장을 맡았던 진에어 등과 비교하면 대한항공과의 협력 부문이 사실상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일단 조원태 회장이 주력인 항공사업에 신경을 쓰는 가운데, 조 부사장이 물류 부문에 집중하는 분리경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조 부사장이 코로나19로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 택배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현재 택배시장은 점유율은 CJ대한통운이 선두를 지키는 가운데 한진과 롯데가 2위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인사업인 항공부문에서 배제됐지만 이번 조치와 관련 31일 현재까지 조 부사장 측에서 나온 별도 입장은 없다.
작년 연말 인사 때 조현아 전 부사장은 경영복귀를 하지 못했고 이후 조 회장이 아버지의 유훈대로 공동경영을 하지 않고 있다고 공개 비판을 한 바 있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은 KCGI, 반도건설과 함께 3자연합을 결성하게 됐고 지금까지 조 회장과 경영권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다.
사업과 관련해 직접 협력하거나 겹칠 부분은 없지만 경영권과 관련해선 조원태 회장과 조현민 신임 부사장의 협력 구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업계어선 전망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9월말 기준 한진칼 지분 6.47%를 보유하고 있다 KCGI가 조 회장과 계속해서 경영권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조 부사장과 조 회장의 협력 필요성은 앞으로 더 강조될 전망이다.
조 부사장은 올 2월 모친인 이명희 전 정석기업 고문과 함께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