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은 급증했는데 매출 회복은 더뎌
대출이자 상승하면 대규모 부실 우려
대출연장·이자유예 정책 추가 연장 가능성
전문가 "정책 추가 연장은 신중해야"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을 시사하면서 자영업자 대출이 대규모 부실의 '뇌관'으로 지목된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사태의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대출을 크게 늘렸지만 매출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이자부담까지 늘어나면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관련업계에선 올해 3월 말에 종료될 대출 만기 연장 및 원리금 상환 유예 정책이 추가 연장될지 관심이 모인다. 대통령 선거가 3월에 있기에 정책 연장은 대통령 당선자의 손에 달렸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정책 연장을 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전문가들과 은행권은 무조건적인 추가 연장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부실 사태가 커지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해선 단계적으로 정책을 종료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자영업자 상환능력은 악화되는데···대출금리 1%p 상승 시 이자부담 약 6조원↑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 11월 각각 0.25%포인트 올렸다. 기준금리는 기존 0.05%에서 1%로 올라섰다. 한은은 이달에도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7일 공개된 25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도 다수의 금통위원은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사태를 지나오면서 대출이 급증했다.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87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1년 전보다 14.2% 늘면서 가계대출 증가율(9.7%)을 크게 웃돌았다. 

문제는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회복되지 않아 대출 상환능력이 하락했다는 점이다. 올해 10월 숙박·음식업 생산은 2019년 12월(서비스업 생산지수 계절조정지수 기준)의 89.8%, 여가서비스업 생산은 72.8% 수준에 머물렀다. 영업 실적이 회복이 되지 않다보니 자영업자의 소득도 코로나19 이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소득 감소는 자영업자의 가계대출 급증으로 이어졌다. 작년 9월 말 기준 전체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은 304조원으로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더 심각한 건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들이 신용도가 하락하자 대출 금리가 더 높은 제2금융권에서 생활자금을 구했다는 사실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금융권별 전년 동기 대비 개인사업자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은행 6.5%, 보험·상호금융조합 8.4%, 캐피탈·카드 9.6%, 저축은행 15.5% 등이다. 

빚을 갚을 능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대출금리 상승은 자영업자에게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이자부담은 5조8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0.50%포인트 오를 시 이자 부담 증가 규모는 2조9000억원, 0.25%포인트 상승이면 1조5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자료=한국은행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대출연장·이자상환 정책 또 연장되나···대선 후보에게 쏠리는 눈   

이에 금융권에선 올해 3월 말 종료를 앞두고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만기 연장 및 원리금 상환 유예 정책이 추가 연장될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모인다. 이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지금까지 유예됐던 원리금 상환액마저 부담하게 되면 부실사태 발생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대출연장 및 이자유예 정책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지난 2020년 4월에 시작됐다. 그 해 9월과 지난해 3월, 9월에 연장된 바 있다. 6개월 간 지속되는 정책을 세 번 연장한 셈이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10월 기준 대출 만기가 연장된 규모는 24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원금상환 유예가 된 대출 잔액은 13조 6000억원, 이자상환 유예 대출 잔액은 2301억원으로 조사됐다. 

3월 말에 정책이 종료되는 만큼 추가 연장의 키는 각 정당의 대선후보들이 쥐고 있다.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윤석열 캠프 측은 모두 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경영 상태가 쉽게 나아지지 않는 만큼 추가 연장을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오미크론 확산으로 자영업자들의 매출 회복이 더딘 상태에서 대출연장 정책을 종료하면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질 것"이라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러한 정치적 부담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는 정책 연장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아직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고 있어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대출 금리 상승도 큰 부담인 만큼 대출연장 및 이자유예 정책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추가 연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1조 코로나 충당금으로 부실사태 대비···전문가 “이자유예 만큼은 추가 연장 없어야” 

은행권에선 자영업자 대출로 인한 대규모 부실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2020년에 코로나 사태가 악화되는 상황을 대비해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미리 쌓았기 때문이다. KB·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당시 총 1조원에 달하는 코로나 충당금을 적립했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 금융 지원 종료 시점에는 영세 소상공인을 비롯한 한계 기업 및 다중채무자 등 위주로 부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향후 경기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보수적인 관점에 입각해 대규모 충당금을 미리 적립했기 때문에 급격한 자산건전성 악화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책 연장이 계속되면 부실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자도 내지 못해 유예한 차주에 대한 연장에 대해선 반대하고 있다. 대출만기 연장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이자 상환까지 미룬다면 한계 차주를 걸러낼 수 없어 부실에 대비하기 어렵다 설명이다. 지난해 9월 고승범 금융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이자만이라도 먼저 받게 해달라는 입장을 전한 이유다. 

전문가들도 추가 연장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대출 연장으로 자영업자들을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라며 "자영업자 부실 사태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출 추가 연장이 아닌 자영업자 대상으로 한 손실지원금 정책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세 차례 연장한 만큼 이번에도 또 연장을 결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지금도 사실 정책을 종료하는데 늦은 감이 있다"라며 "특히 부실 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이자유예 대출 만큼은 정책을 종료해 은행이 부실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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