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 전망···주담대 금리 5%대 중후반까지 상승 예상
금융당국, 신용회복 프로그램 확대 등 대책 필요···은행권, 부실 위험 ‘예의주시’

자료=한국은행/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자료=한국은행/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던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본격적인 정상화 과정에 돌입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하반기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함으로써 1년 이상 지속됐던 ‘0%대 금리 시대’를 종료했으며 올해에도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 및 2금융권 금융사들의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기존 변동금리 대출 차주들의 이자 상환 부담도 가중되는 중이다. 2020년과 지난해 급격히 가계부채 총량이 확대된 상황에서 이자상환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경우 취약 차주들의 부실이 다수 발생할 수 있어 정부, 금융사들의 면밀한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 82.3%···금리 인상시 이자상환 부담 가중

지난해 8월 한은 금통위는 2020년 5월 이후 1년 3개월동안 유지됐던 0.5%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하며 통화정책 정상화의 시작을 알렸다. 그로부터 3개월 후인 11월 금통위는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하며 2020년 3월 이후 1년 8개월만에 기준금리를 1%대로 복귀 시켰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해 11월 금통위 직후 올해 1분기 기준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발언을 했으며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도 “경제 상황의 개선에 맞춰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야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수개월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소비자물가상승률과 관련해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7%로 세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역시 올해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바 있기 때문에 시장은 올해 한은이 최소 두 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한은 기준금리가 1% 중반대까지 상승할 경우 자연스럽게 금융권의 가계대출 금리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6월 2.74%였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11월 3.51%까지 치솟았다. 일반 신용대출 금리 역시 같은 기간 3.75%에서 5.16%로 1.41%포인트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은행 주담대 기준 금리가 올해 5% 중반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출 금리 인상은 변동금리 차주들의 이자 부담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2.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2019년만해도 변동금리의 비중(연 평균)이 52.3%에 불과했으나 금리하락기를 거치면서 그 비중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3% 수준의 금리가 갑자기 7% 수준으로 오르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 같지만 1~2%포인트 정도는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5.5% 정도로 오른다고 가정하면 고정금리 차주야 상관없겠지만 변동금리 차주들에게 어느 정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경제산업생태계 유닛(Unit) 리더 역시 “대내외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등 다양한 변동성으로 인해 현 시점에서 개인 여신의 부실 위험을 정확하게 측정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대출잔액 및 변동금리부 비중을 활용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규모 증가폭을 시산하면 0.25%포인트 및 0.5%포인트 인상시 지난해말 대비 이자부담이 각각 약 3조원, 6조원씩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인위적인 가계대출 총량 관리, 서민 이자부담 키운다···“정책 수정 필요”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진 상태에서 이뤄지는 대출금리 상승은 향후 취약 차주들의 부실 위험을 높일 것으로 우려된다. 때문에 경제·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취약차주 구제 프로그램 확대, 총량관리 속도 조절 등의 적극적인 대응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조언들이 제기되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기준금리가) 기존에는 너무 낮았던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인상되는 수준이 너무 높다고는 보기 힘들다”면서도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갚을 능력도 없는데 이자가 벌써 올라가면 부담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미 취약계층 중에서는 이자가 오르지 않아도 나중에 대출을 갚지 못할 상황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시행 중인 신용회복 프로그램 등을 확대 적용하거나 재창업,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들을 늘려야 한다”며 “기존의 원금·이자상환 유예 지원를 언제까지 지속할 수도 없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다른 지원책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실 위험은 점차 커진다”고 강조했다.

자료=한국은행/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자료=한국은행/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금융당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오고 있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오히려 취약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늘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인위적인 총량 규제로 서민들의 자금 가용성이 악화될 경우 차주들이 비제도권 금융으로 빠지게돼 통계 밖의 실질적인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전성인 교수는 “금리보다 더욱 중요한 건 자금의 가용성”이라며 “만약 1억원의 대출을 받았던 차주가 10% 원금 상환을 조건으로 만기를 연장하게 되면 1000만원을 2금융권이나 비제도권 금융에서 빌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20%에 가까운 금리로 1000만원을 빌리게 되면 원금(1억원)을 그대로 연장하고 대출금리를 1%포인트 정도 올리는 것보다 이자부담이 늘어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위적인 총량 규제는 단순 통계적으로 제도권 금융의 가계부채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겠지만 실제로 서민들의 부실 위험은 더욱 커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현재 가계대출 총량 규제 정책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은행권 리스크관리 담당자 “당장 대규모 부실 위험 크지 않아”···모니터링 강화

금융당국과 함께 가계대출 위험 관리의 최전선에 서있는 은행권에서는 아직 대규모 부실의 위험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저신용자, 다중채무자 등을 중심으로 일부 부실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의 리스크관리부 실무자 A씨는 “올해 시장의 예상대로 2차례 정도 금리인상이 있더라도 가계부문의 리스크가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2010년과 같이 금리인상이 단기간에 여러 차례 이뤄진다면 저신용자, 다중채무자,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은행의 수신금리 인상으로 인해 코픽스(COFIX)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부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고객들의 이자부담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은행은 금리인상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으며 향후 차주별 DSR을 고려한 심사 운영 등 차주 상환능력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을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신용대출의 경우 당국의 가계대출에 대한 리스크관리 기준을 반영해 신규 신청시 최대 대출가능 금액을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은행에서 리스크 관리 업무를 수행 중인 B씨 역시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고 시장금리 인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금융사들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정부의 추가 규제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 증가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꾸준한 우량자산 위주의 성장으로 건전성 관리를 위한 기초체력이 탄탄해져 우려하는만큼의 큰 폭의 건전성 악화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변했다.

그는 “올해에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 발맞춰 가계대출을 분기별로 정교하게 관리하는 한편 판매중단 등의 조치는 지양할 예정”이라며 “서민 실수요자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건전성 지표 현황을 지속 모니터링하며 자체 프리워크아웃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등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지원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나은행 관계자 역시 “주택담보대출 보유 및 개인사업자 차주의 상환능력에 맞는 대출 심사, 다중채무자 등 고위험차주에 대한 관리 강화, 주택담보대출 장기 분할상환 유도를 통해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며 “고위험 차주 선별 및 부실 조기 포착 능력을 제고하고자 빅데이터를 활용해 머신러닝(ML) 기반 리스크관리시스템을 전환하는 등 차주 신용도 평가를 더욱 정교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리 추이 모니터링 강화 및 선제적 대응을 위해 금리 상승시 영향도를 분석하고 있다”며 “특히 DSR 도입, 소득범위 내 신용대출 한도 부여 등 차주 상환능력을 감안한 심사를 통해 적정 수준의 대출한도를 제공하고 취약 차주 및 상품별 건전성 현황 점검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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