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올해 세 차례 금리 인상 시사···한국은 이미 두 차례 올려
변동성 커질 수 있어 리스크 관리해야···경기 좋다는 의미 기회될 것 의견도
미국채 금리 눈여겨 봐야···포트폴리오 균형 필수, 금융주·실적주도 살펴야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제로 금리 깃발을 높이 들었던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면서 투자 환경도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확산) 이후 증시를 밀어 올렸던 유동성 장세가 통화정책 전환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코로나19 위기와 함께 증시에 유입된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겪어보지 못해던 증시 환경을 만나게 됐다.
그동안 금리 인상기를 비롯한 통화정책 전환기의 초입에는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사례가 다수 있었다. 일부 전문가들 역시 위기가 올 수 있다며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기라고 목소리를 낸다. 반면 경제 회복과 동반된 금리 인상은 되레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리 인상기에는 ‘국채 금리를 통한 위험 관리’, ‘균형감 있는 포트폴리오’, ‘신흥국 보다는 선진국’, ‘실적주와 금리인상 수혜주 위주의 대응’ 등 다양한 투자 전략이 제시된다.
◇ 저무는 제로금리 시대···증시, 위기일까 기회일까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에 맞서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미 지난해 두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해 2020년 5월 이후 1년 3개월 동안 유지됐던 연 0.5% 기준금리가 0.75%가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우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는 지난해 9월 ‘내년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전환 행렬에 국내외 증시도 변화를 맞게 됐다. 코로나19 위기를 막기 위해 돈을 풀었던 시기와는 반대로 다시금 돈을 거둬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원론적으로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는 위험 투자 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에는 긍정적인 재료로 평가된다. 금리 인상은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 주식 시장에는 부정적인 이슈로 여겨진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과거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따른 증시 영향을 살펴보면 2013년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하자 신흥국의 통화·채권·주식이 급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일어났다. 1994년에는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이 기습적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멕시코에서 금융 위기가 발생했고, 1937년에는 대공황 때 풀어놓은 달러를 회수하기 위해 미국이 지급 준비율을 높이면서 다우지수가 49.1% 폭락한 바 있다.
통화정책 변화기를 맞으면서 올해 증시 참여자들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올해는 2011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를 겪고 유동성이 풀리면서 2009년 증시가 급등했다. 이후 테이퍼링 전까지 증시 변동성이 커졌다. 당시 주도주가 갑작스럽게 무너지는 사례도 나올 정도였다”며 “올해는 인플레이션 리스크도 있어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증시 변동성 확대가 나올 수 있지만 시각을 달리하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을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 회복과 함께 미국의 기준 금리가 본격적으로 인상되기 시작했던 시기로 평가되는 2016~2017년의 경우 S&P500지수는 31% 상승했고 코스피도 26% 가량 올랐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시장 기대를 넘어서는 통화정책 정상화의 강도가 나올 수 있다는 고민은 남아 있을 수 있지만 아직은 금리가 올라가는 자체에 대해선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며 “경기 회복에 기반을 둔 금리 인상이라면 기업의 실적이 좋아진다는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고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해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 포스트 제로금리 시대, 투자 전략은?
거시적인 투자 환경 변화가 예고되면서 투자 전략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금리 인상 요인만으로 단순하게 투자 전략을 짜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하면서도 시장 변화에 대응해 ‘균형감 있는 포트폴리오’, ‘신흥국 보다는 선진국’, ‘실적주와 금리인상 수혜주 위주의 대응’ 등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우선 금리 변화를 세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미국 증시는 최근 수년간 글로벌 경기보다 통화정책이나 금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는 미국 대형주들의 수익성이 글로벌 경기 등락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며 “올해는 미국 국채 10년물의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미국과 국내 증시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이슈에 약세를 보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일(현지 시간) 통화정책과 인플레이션 기대를 반영하는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장중 연 1.70%까지 급등했다. 이와 함께 미국 나스닥 지수는 3.34% 급락했다. 지난해 3월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1.74%를 넘어섰을 때도 미국과 국내 증시가 크게 하락한 바 있다.
이에 균형감 있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는 “금리 인상 시 성장주가 조정을 받는 경향이 있고 금융주가 대표적인 수혜주로 분류된다. 하지만 불안 심리로 인해 순환매가 지속되고 있는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균형감 있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필요하다”며 “언제든지 시장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한쪽에 치우친 포트폴리오의 급격한 변화는 위험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금리 인상기에는 신흥국보다 선진국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박지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ETF(상장지수펀드) 자금 흐름을 보면 이머징(신흥국) 국가 보다는 선진국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도 이머징 시장 보다는 선진국 시장이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 중에서도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등 경기방어주 성격의 자산이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밝혔다.
최근 사례를 보더라도 금리 인상기에는 선진국 시장의 대표 격인 미국 증시가 신흥국 시장인 국내 증시를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금리가 인상되기 시작한 2015~2017년의 경우 미국 증시가 코스피 보다 5%포인트 가량 더 상승했다. 미국 연준이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긴축의 고삐를 당겼던 2018년은 코스피는 17% 하락했지만 S&P500와 나스닥은 각각 5.6%, 2.8% 하락에 그쳤다.
이밖에 금리 인상기에도 결국 실적이 중요하다며 실적주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투자자 입장에서 금리 인상 이슈는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측면에서는 불편한 부분은 맞지만 당장은 전략 자체의 큰 방향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올해는 유동성이나 멀티플에 대한 기대보다는 조금 더 숫자를 보여주는 기업, 즉 성장하는 기업이 가려지면서 이들을 위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