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등에 업고 ‘묻지마식 주택 매수’ 열기는 식을 전망
집값 하락여부는 의견 팽팽···금리파 ‘하락’ vs 공급파 ‘상승’ 주장

서울 마포구에서 바라본 은평구와 서대문구 일대 아파트 모습 / 사진=연합뉴스
서울 마포구에서 바라본 은평구와 서대문구 일대 아파트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월 기준금리 인상설에 한국은행 총재의 금리인상 가능성 시사까지 더해지면서 지난 수년 간 끝 모르고 올라온 주택시장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리인상으로 이자부담이 증가하고 매물 증가와 수요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 대출규제까지 집값 오름세 꺾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3일부터 기존 대출과 신규 대출을 합친 금액이 2억원을 초과할 경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가 적용되는 2단계가 시행됐다. 올 7월부터는 이보다 더 규제가 강화되는 3단계까지 예고돼있어 담보대출 규모는 지난해 대비 대폭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첫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지역 무관하게 하향 안정세로의 전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8월 금리인상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 위축 뚜렷

실제 지난해 금리인상 이후 주택시장 거래량을 보면 영향을 크게 받은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2020년 5월부터 약 15개월 간 동결했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 말 한차례 올렸다. 그러자 주택시장 가운데 외부 변수에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축소되기 시작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 직후인 지난해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270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리 인상 전인 전월(4217건)의 64% 수준으로, 금리인상 한 달 만에 거래량이 30% 이상 빠진 것이다. 이후로도 10월 2174건, 11월 1354건으로 계속 거래량 감소 곡선을 그려나갔다. 그리고 한국은행은 11월 말 기준금리를 한차례 더 올리며 제로금리 시대는 막을 내렸다.

특히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겪은 뒤인 지난해 12월 거래량은 이달 1일 신고된 건수 기준으로 567건에 그친다. 12월 거래량은 아직 이달 말까지 거래신고 기간이 남아 있지만 최근 침체된 분위기를 고려할 때 2008년 12월(1523건)을 밑도는 역대 최저를 기록할 전망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처럼 거래량이 감소한 건 주택매수심리 위축에 기인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9.6을 기록하며 100 이하로 하락했다. 지수가 100 이하면 주택을 매수하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금리인상→매매심리 위축→거래량 급감이 현실화 된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대출규제와 금융권 대출한도 축소 움직임과 맞물려 부동산 구입 심리를 제약하고 주택 거래량을 감소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금리인상이 반드시 거래량 하락과 집값 하락을 수반하는 건 아니다. 현 정부와 함께 집값이 많이 오른 시기로는 참여정부 때가 꼽힌다. 그 당시에도 참여정부는 금리인상으로 집값을 잡아보고자 했다. 2004년 11월 3.25%에 불과했던 기준금리를 총 7차례에 걸쳐 2005년 말 3.75%까지 올렸다. 2006년에는 4.5%를 넘어 2007년에는 5%를 찍었다. 하지만 금리인상을 통한 집값을 안정화에는 실패했다. 결국 참여정부 들어서부터 2007년까지 서울 아파트 누적 상승률은 55.5%에 달했다.

치솟던 집값은 결국 2007년 하반기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정을 거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가 집값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고 2기 신도시 등을 통한 공급 증가가 부차적으로 집값 인하요소로 작용했다. 때문에 금리 인상이 시장 안정화에 촉매제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결정타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참여정부 당시 기준금리를 5%까지 올렸음에도 집값은 치솟았다.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와 2기신도시 공급이 더해지며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하락 예측은 과도” 분석도···거래량 급감했는데 ‘신고가’ 기록

실제 전문가들은 저금리를 등에 업고 묻지마식 청약이나 영끌 주택 매수에 나서던 시장은 이제 종료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를 집값 대세 하락으로 해석하는 건 과도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거래량이 감소한 건 맞지만 애초에 대출이 불가한 주택이 많은 강남권에서는 신고가 릴레이가 펼쳐지기도 해서다.

10월에는 삼성동 중앙하이츠빌리지(전용 152.98㎡, 37억원), 압구정동 신현대9차(전용 108㎡, 36억원)가 신고가를 경신했고, 11월에는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전용 84㎡, 45억원) 최고가 기록을 새로 쓰는 등 서울 전체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선방했다. 맷집이 좋아 버티는 힘이 강한 동네는 여전히 오른 값 그대로 견고한 시세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금리인상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만 올해는 3월 대통령선거, 8월 계약갱신청구권 만기로 인해 처음 나오는 전세거주자들의 시장참여 급증 등의 변수도 남아 있다.

때문에 올해 집값이 떨어질지, 아니면 반대로 더 오를지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첨예하게 엇갈린다. 기준금리 인상에 무게를 두는 금리파는 집값 하락을, 주택 공급 부족에 무게를 두는 공급파는 집값 상승을 예측하는 것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463가구로 작년(3만1211가구)보다 34.4% 감소한다. 지난 2020년(4만9359가구)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급감한 수치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계약갱신청구권(2+2) 종료 이후 시장에 나오는 임차인들이 높은 가격에 전세를 구할 바에야 매매를 선택한다면 전세 수요자가 매매수요로 옮겨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규제로 수요를 억제했지만 주택공급이 늘거나 수요가 분산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집값이 안정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KDI 소장은 “올해도 준공물량과 입주물량의 공급 부족 현상이 유지된다. 다만 대출규제가 강하고 금리인상 예고까지 있는 만큼 상승폭이 작년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확실히 금리인상 전인 지난해 상반기 보다 관망하는 추세가 짙어졌다. 기다렸다가 추이를 보고 거래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인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분양사업장이 금리인상과 대출규제를 이유로 당첨자의 35%가 계약을 포기한 사례를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12월 말 GS건설이 분양한 송도자이 더 스타는 건설사가 중도금 대출은 제공하기로 했음에도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과 집값 하락 우려로 조기완판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비슷한 이유로 미계약분이 미분양으로 남으면 구축 주택시장의 조정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한 것처럼 수요자들의 전망도 팽팽히 엇갈린다. 직방이 자사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1236명을 대상으로 2022년 주택시장 전망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1236명) 중 43.4%(537명)가 ‘하락’할 것이라고 답했고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응답자는 38.8%로(479명)이었다. 하락이 조금 더 우세했지만 두 의견 차이는 5% 이내에 불과한 것이다.

◇무주택자의 매수계획은 ‘Go’···민간·3기 신도시 청약 등 고려할 만

한편 대선 국면 속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관망세는 올해 3월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들이 세금과 대출에 대한 공약을 거듭 추가하면서 매도자들도 파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고 매수자 역시 사는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는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은 추진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도시 사전청약으로 공급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올해 사전청약 물량만 7만가구나 된다. 민간분양도 노려봄직 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기준 전국 민영아파트 분양예정 물량은 총 41만8351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분양 실적 28만1053가구에 견주어보면 48%나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미뤄졌던 주요 사업장의 분양일정이 줄줄이 밀린 영향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정부가 하향 안정화를 자신하고 있고, 시장 일부 지역에서 하락세로 돌아서기도 한 만큼 기존 주택 매입에 대한 리스크가 있다”며 “시세보다 저렴한 청약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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