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승계 이슈-산업] 정의선의 마지막 숙제 ‘지배구조 개편’···해 바뀌자마자 순풍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산업 및 증권업계에 전반적으로 세대교체 바람이 부는 가운데, 올해도 경영승계 관련한 이슈가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각 기업의 승계 이슈는 마무리 단계에 있는 곳부터 이제 막 본격적인 작업이 이뤄지는 곳까지 천차만별로 나타나고 있다. 잡음 없는 후계구도 완성은 대내외 환경 변화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할 필수요건으로 여겨진다. 산업계와 증권계의 후계구도 및 경영승계 이슈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현대자동차그룹은 사실상 승계 이슈가 마무리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의선 회장이 사실상 전권을 쥐고 그룹을 이끌고 있고 회장 승진까지 마무리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룹 체질 및 인사구도 자체도 정 회장 스타일로 재편된 지 오래다. 이미 선대 때와 전혀 다른 기업문화 스타일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계에선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에 관심을 갖는다. 승계의 화룡정점은 지배구조 개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대차그룹의 경우 아직까지 이와 관련해 남겨진 과제가 있는 탓이다.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2018년 현대모비스 AS 모듈 부문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에 흡수시키는 개편안이 무산된 이후, 지배구조를 손질하는데 있어 신중한 행보를 이어왔다. 주주들의 반발 가능성을 최대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사실상 답보 상태였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올해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연초부터 여러 가지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정 회장에게 있어 가장 핵심적 과제인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를 위한 준비 작업이 차근차근 진행되는 모습이다.

우선 다음달 3∼4일 중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예고돼 있다. 공모 예정 금액은 9264억∼1조2112억원이다. 정 회장은 엔지니어링 지분을 처분해 이를 바탕으로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할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선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 형태로 지배구조를 단순화 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있어 지배구조 개편은 사실상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그 시작이자 마무리 작업이다.

이와 더불어 정 회장은 최근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처분해 실탄을 확보했다. 정 회장은 지난 5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을 통해 123만2299주(3.29%)의 지분을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주당 매각가가 16만3000원임을 감안하면 정 회장은 2009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처분함으로서 정 회장은 사익편취 논란에서 자유로워짐과 동시에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돈까지 마련하며 일석이조 효과를 누렸다는 평가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지배 구조 변화 및 경영권 승계가 필요하다”며 “이번 지분 매각이 그 준비 과정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현재까지 지배구조 개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작업이 차근차근 진행되는 가운데 이후 있을 변화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이미 정 회장 체제가 구축된 만큼 지배구조 개편을 이루더라고 당장 경영상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배구조 문제를 제외하면 사실상 정 회장 체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다만, 경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돼 더욱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신사업들을 추진할 동력을 얻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외부에서 현대차 지배구조와 관련해 문제 제기를 할 가능성 자체가 사실상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 재계 인사는 “정의선 회장의 그룹 지배력과 관련해 유일한 물음표는 오직 지배구조 하나였다”며 “해당 문제만 해결 되면 향후 큰 변수가 있지 않는 한 안정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지분보유 상황으로 봤을 때 총수 중 가장 지배력이 취약한 상황이었다"며 "이미 승계가 마무리 된 것과 다름없다고 해도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은 상당히 큰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