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차→미래차 전환 본격화···전기차·수소차·ICT·자율주행 등 미래차 인사 중점
친환경·미래기술 중시한 정의선 회장 의지 반영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 임원 인사에서 미래차 관련 인사를 중용하며 향후 그룹 미래 전략 방향을 분명히 했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위)이 올해 임원 인사에서 미래차 관련 인사를 중용하며 향후 그룹 미래 전략 방향을 분명히 했다.  (아래 사진 왼쪽부터)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 진은숙 ICT혁신본부장, 임태원 기초선행연구소장·수소연료전지사업부장, 추교웅 현대차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전자개발센터장, 김흥수 미래성장기획실장·EV사업부장. / 그래픽 = 김은실 디자이너, 사진=현대차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 임원 인사를 통해 향후 현대차그룹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인사에서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관련 임원을 대거 전진배치하면서 단순 세대교체 뿐 아니라 내연기관차에서 미래차 시대로 전환하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17일 현대차그룹은 하반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미래 사업 관련 40~50대 부사장을 대거 선임했다.

추교웅 현대차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전자개발센터장(47세), 김흥수 미래성장기획실장·EV사업부장(50세),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52세), 임태원 기초선행연구소장·수소연료전지사업부장(60세) 등을 각각 부사장에 승진 임명하고, ICT(정보통신기술)혁신본부장에는 NHN CTO 출신의 진은숙 부사장(53세)을 영입했다.

기존 고령 임원들은 대거 퇴진했다. 70세의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을 비롯해, 이원희 사장(62세), 이광국 사장(59세), 하언태 사장(58세) 등은 임원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선임됐다. 또한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경영담당 사장(69세)과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 사장(65세)도 일선에서 물러나 각 분야 어드바이저 역할을 담당한다.

현대차 임원인사는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내연기관차 중심에서 미래차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그룹 미래 전략을 염두에 둔 인사로 해석된다.

특히 정 회장이 그동안 강조한 친환경차와 미래기술 연관 임원들이 대거 승진하며 역할이 커졌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 인사에도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이란 목표를 제시하고 ▲친환경시장 지배력 확대 ▲미래기술 역량 확보 ▲그룹 사업경쟁력 강화 등을 강조했다.

부사장단급 인사를 살펴보면 인포테인먼트, EV사업, 수수연료전지, ICT 등 미래차 관련 인사가 대거 포진했다.

현대차는 올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탑재한 아이오닉5, EV6, GV60 등을 국내외 출시하며 전기차 시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미국 테슬라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완성차 기업들도 이제 막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상태다.

아이오닉5. / 사진=현대차
아이오닉5. / 사진=현대차

올해 상반기 현대차는 전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 기준 6위를 기록했다. 상위권에 중국에서만 판매를 하는 중국 기업들이 3곳이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사실상 테슬라, 폴크스바겐에 이어 3위다. 현대차는 내연기관 시대에 경쟁했던 토요타, 르노, GM 등과 비교해 전용 플랫폼 개발에 속도를 내며 전기차 시대에 한 발 앞섰다.

다만 경쟁 브랜드들이 당장 내년부터 본격적인 전기차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 현대차는 신차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현대차는 임원 인사에서 전기차, 수소차 관련 임원을 대거 중용하며 미래차에 힘을 싣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미래 자율주행차 선점에 대한 의지도 보였다. 현대차는 자율주행사업부장 장웅준 상무와 AIRS컴퍼니장 김정희 상무를 각각 전무로 승진 발령했다.

장 전무는 자율주행 및 ADAS(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 분야의 전문가로 기술역량 확보에 높은 성과를 거뒀으며, 향후 확대될 자율주행 분야 고도화에 기여할 예정이다. 김 전무는 2018년 현대차에 합류한 이후 인공지능(AI)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솔루션 개발을 맡았으며, 미래 현대차 AI 기술 적용을 담당한다.

현대차는 당장 내년부터 ‘레벨 3단계’ 자율주행차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레벨 3단계는 일정 구간에서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도 차량 스스로 주행이 가능한 수준을 뜻한다. 또한 일부 상황을 제외한 대부분의 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 4’ 단계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서울에서 아이오닉5 기반 무인 자율주행차를 시범 서비스할 계획이다.

아이오닉5 무인 로보택시는 내년초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자율주행 배송을 시작한다. 현대차그룹이 투자한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모셔널은 우버와 협업해 ‘우버이츠’ 식당에서 밀키트 세트를 배달할 계획이다.

디자인 부문에서도 혁신을 예고했다. 현대차는 최근 아이오닉5를 비롯해 아반떼, 팰리세이드, 투싼, 제네시스 G80, GV80 등에서 디자인 역량을 입증한 이상엽 전무를 부사장에 임명하며 힘을 실어줬다. 최근 완성차 기업들은 성능 부분에서 상향평준화되며 디자인에서 승패가 갈리고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국내외 소비자들로부터 밋밋하고 평범한 디자인으로 아쉽단 지적을 받았으나, 최근에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강화되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아울러 전기차 시대를 맞아 노조와의 갈등이 예고된 가운데 윤여철 부회장과 하언태 사장이 퇴임하며 향후 노사 관계 재정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윤 부회장은 십여년간 현대차 노사 관계를 주도해온 인물로 노사협상 테이블에서 해결사로 꾸준히 활약했다. 지난 2012년 노사 갈등이 심화되면서 잠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다시 불러 부회장직에 복귀했다.

하 사장도 울산공장장으로서 윤 부회장과 함께 최근 3년 연속 무파업 타결에 역할이 컸다.

내년 현대차 노조에 강성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윤 부회장 연임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결국 퇴임하게 됐다. 내년부터 전기차 경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는 가운데, 노조와의 갈등으로 인한 파업리스크가 커질 경우 향후 전기차 시장 선점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추진할 계획이며, 인도네시아에도 전기차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비 생산 인력이 3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해외에서 생산이 이뤄질 경우 국내 생산량도 줄어 생산 인력 감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이 ‘바이 아메리카’를 외치며 현지 생산 차종에 대해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현대차도 해외로 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앞으로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들면서 원가 경쟁력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가운데, 고임금·저효율의 한국 공장에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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