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로 반도체 부족 타격 상쇄
1~11월 전기차 등 친환경차 비중 처음으로 10% 넘겨
중고차 시장 진출은 업계 반발로 사실상 해 넘겨···지배구조 개편은 내년 본격화 될 듯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다른 모든 완성차 업체와 마찬가지로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올 한해 반도체 부족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공장가동에 어려움을 겪던 현대차와 기아는 결국 감산에 들어갔고, 여기에 노조 파업까지 겹치며 생산차질을 겪었다. 하반기엔 생산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도 있었으나, 사실상 여전히 답보상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현대차와 기아의 생산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5.8%, 6.5% 감소했다.
다만 오는 4분기엔 견조한 실적이 예상된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4분기 현대차 영업이익은 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9%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외 대부분 증권사들도 현대차의 올 4분기 실적전망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네시스 등 고급차종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수익이 많이 남는 차종들의 선전 영향으로 분석된다.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를 통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그룹에게 있어 2021년 의미 있는 변화 중 하나는 전기차 등 미래차 부문의 선전이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11월까지 누적 총 612만2768대의 차를 팔았는데, 이 중 친환경차 비중은 10.7%에 달한다. 친환경차 비중이 10%를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 21일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와 인터뷰에서 내년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 목표를 22만대로 정했다고 밝혔다. 또 2026년 전기차 글로벌 판매 목표를 종전 100만대에서 170만대로 상향 조정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와 더불어 현대차는 올 한해 정의선 회장이 선언했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 목표에 한 발자국씩 더 다가간 모습이다. 특히 이번 연말 인사를 계기로 정 회장 체제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가 앱티브와 설립한 자율주행기술기업 모셔널은 최근 우버와 함께 내년 초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 지역에서 자율주행 배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 자동차 업계 인사는 “정의선 회장 체제가 된지 불과 몇 년 새 힘주는 사업들이 확 바뀌었다”며 “중간중간 부딪힐 수 있는 노조와의 조율 등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올 한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낸 현대차이지만 결국 해결하지 못하고 해를 넘기게 된 문제들도 있다. 우선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지만 아직도 답보상태다. 시장의 병폐가 심각해 소비자들과 전문가들 역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지만, 중고차 업계 반발이 거세고 정부가 확실히 결론짓기를 미루면서 결국 연내에 매듭을 짓지 못했다.
현대차가 꼭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인 지배구조 개편 역시 올해는 물 건너가고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지배구조 개편이 시급하지만, 2018년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로 무산된 이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재계에선 내년이 현대차에게 지배구조 개편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초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하고 정 회장이 해당 지분을 처분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현대엔지니어링 IPO를 통해 정 회장이 3000억원 이상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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