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기업 문화 체질 개선 위해 새롭게 진용 재편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됐지만 여전히 논란···내년 대선 이후 사면복권 가능성에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CEO. /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CEO. / 사진=삼성전자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삼성전자는 올 한해 ‘반쪽 짜리 호황’을 누렸다. 사상최대 수준의 이익을 내고도 주가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센터장은 “시가총액 2000억달러 이상 기업 중 가장 주가상승율이 부진한 기업 세 곳은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 그리고 삼성전자”라고 전했다. 나머지 두 기업이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주가가 얼마나 얼어붙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더 이상 시장의 감동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기존의 잘하던 사업을 계속 잘하는 것 이상의 기대감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호실적은 주로 반도체, 그 중에서도 메모리 부문에 기인하다. 원래 1등 하던 기업이 2등으로 내려가면 놀랍지만, 계속 1등을 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닌 것이 됐다는 의미다. 비메모리 강화 및 새로운 사업부문 확장 등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미국 출장 중 “초격차만으로는 안 된다”고 하고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의식한 듯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새롭게 진용을 재편했다. 김기남 회장이 이끌던 DS부문의 바통을 경계현 사장에게 넘기고 젊은 임원들을 전진 배치했다. 세트 부문을 하나로 통합하고 경직된 그룹 문화 및 인사제도도 변화를 주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새로 갖춘 진용으로 모든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실제로 어떻게 결과가 나타날지 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경직된 제조업 문화 바꾸기에 나서며 일단 변화의 첫 단추는 꿰었다는 평가다.

내년부터는 이재용 부회장의 법적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덜 해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올해 내내 경제보다 재판 및 수사와 관련한 이슈로 자주 언급됐다. 이 부회장은 현재 취업제한 상태이고 총수의 입지가 불안정하면 대형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어렵게 된다.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돼있던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9일 가석방 됐지만, 가석방은 취업제한에 걸려 자유로운 경영활동이 힘들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출소 후 서초사옥 출근 등의 행보를 이어가다 시민단체에 고발당해 또 다른 수사를 받게 됐다.

이런 가운데 내년 대선이 치러지고 새 정권이 들어서게 되면 사면복권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고위 인사는 “새 정권이 출범하면 국민통합 차원에서 사면 및 복권에 나설 수 있는데, 그때 이 부회장이 포함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이 부회장이 좀 더 자유로운 상황이 될 경우 인수합병 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번 신년 특별사면 대상에 이 부회장이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지만 현실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현 정권은 출범하면서 횡령, 뇌물 등 5대 부패범죄에 대해선 사면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사면에 나설 경우 원칙을 어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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