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법, 전 동업자 안씨 6차 공판기일···'3억 금전거래' 임씨·측근 서씨 증인신문 진행
“장모 최씨 직접 자필로 확인서 작성, 인감도 찍어”···“안씨 단독 범행”이라던 檢공소사실과 배치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위조잔고증명서를 바탕으로 발행된 자신 명의의 당좌수표 기일 연장을 직접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전 동업자 안아무개씨가 장모 최씨 몰래 행사 범행을 저질렀다는 검찰의 공소사실과 상반되는 주장이다. 이 증인은 재판 시작 전 이뤄진 인터뷰에서 “장모 최씨를 10번 이상 만났다. 모른다고 한다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정성균 부장판사)는 14일 오전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장모 최씨의 전 동업자 안씨의 여섯 번째 공판기일을 열고, 안씨를 통해 장모 최씨와 금전거래를 했다는 임아무개와 그의 측근 서아무개씨에 대한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했다. 안씨는 장모 최씨와 함께 기소됐으나, 재판부 분리 신청으로 각자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있다.
장모 최씨와 대학원 동문이고 십수년간 친목 모임을 해왔다는 임씨는 전 동업자 안씨를 통해 장모 최씨 등이 위조한 잔고증명서를 확인했고, 이 증명서와 친분 등을 근거로 돈을 빌려줬다고 금전거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금전거래 첫 시점이 2013년 11월이며 1억원 한차례, 2억원 한차례 등 총 3억원을 빌려줬다고 밝혔다.
검찰은 2013년 6월24일에 위조된 71억원 잔고증명서를 전 동업자 안씨가 가져왔느냐고 물었는데, 임씨는 “38억원 잔고증명서를 먼저 가져왔고, 나중에 71억원 잔고증명서를 포함한 총 4장의 잔고증명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임씨는 지급기일이 자꾸 미뤄지자 자신의 측근인 서씨를 장모 최씨에게 보냈다며 장모 최씨의 체면과 대학원 동문 관계 등을 고려해 직접 만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핵심 증언은 임씨와 함께 법정에 출석한 서씨의 입에서 나왔다. 서씨는 이날 예정된 증인이 아니었지만, 임씨의 설명을 들은 재판부가 직권으로 재정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서씨는 2014년 9월부터 6~7개월에 걸쳐 전 동업자 안씨와 함께 장모 최씨를 만나 당좌수표 기일 연장과 관련된 장모 최씨 자필 확인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검찰과 전 동업자 안씨의 변호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서씨는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지하 커피숍에서 전 동업자 안씨와 장모 최씨를 만났다”며 “최씨가 직접 자필로 작성하고 인감도장도 찍었다”고 말했다. 그는 “확인서에 날짜가 빠지면 날짜를, 금액이 빠지면 금액을 넣어달라고 요구했고, 장모 최씨가 응했다”며 “확인서를 받으면 바로 임씨에게 전달했다. 10여 차례가 넘는다”고 말했다.
재판 시작 전 서씨가 기자에게 공개한 2014년 9월4일자 확인서에는 ‘당좌수표 일억원정, 이억원정 2매를 2014년 8월29일에서 9월12일 자로 정정 발행했음을 확인함’이라고 적시돼 있다. 작성자는 장모 최씨로 돼 있고 직인 또한 장모 최씨의 것이라고 서씨는 설명했다. 서씨는 또 내용은 같고 날짜만 변경된 확인서 여러장을 공개했다. 장모 최씨가 기일을 보름에서 한달씩 미룰 때마다 작성해준 것이라고 서씨는 부연했다.
서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71억원 위조잔고증명서가 행사되는 과정을 장모 최씨가 알았고 기일 연장과 관련된 확인서 작성을 최씨가 직접 했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문제는 서씨의 증언이 검찰의 공소사실과 배치된다는 점이다. 검찰은 2013년 6월24일자 71억원 잔고증명서 행사 범죄는 전 동업자 안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본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장모 최씨의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는 2013년 4월1일자 100억원 잔고증명서 관련 내용뿐이다.
증인 임씨와 서씨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장모 최씨는 2013년 6월24일자 71억원 위조잔고증명서 행사 범행을 주도했거나 적어도 관여한 공범이 된다. 또 같은해 8월2일에 위조된 38억원 잔고증명서를 최초로 제시받았다는 임씨의 증언에 따르면 이 부분 행사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은 사실관계가 틀렸다.
서씨는 재판 시작 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장모 최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과 10번 이상 만나 확인서를 직접 작성했는데 행사 범죄를 모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서씨는 “그동안 그게(모른다고 하면 책임을 피하는 것) 통했다. (장모 최씨는) 계속 통할 것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모 최씨와 전 동업자 안씨는 4장의 통장잔고 증명서를 위조하고 이중 일부를 함께 또는 안씨 단독으로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위조된 잔고금액은 350억원에 달한다.
장모 최씨와 안씨는 윤 전 총장 아내 김건희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코바나 컨텐츠 감사이던 김아무개씨에게 부탁해 2013년 4월1일자(100억원), 6월24일자(71억원), 8월2일자(38억원), 10월11일자(138억원) 등 잔고 증명서 4장을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4장의 잔고증명서 중 2013년 4월1일자 증명서 한 장 행사에만 장모 최씨가 공모했다고 본다.
반면 전 동업자 안씨는 증명서 위조와 행사 범행 모두 장모 최씨가 주도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한다. 안씨의 변호인은 “잔고증명서는 장모 최씨가 또 다른 피고인 김씨를 시켜 위조한 서류일 뿐 안씨는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잔고증명서 4장이 위조된 사정을 몰랐기 때문에, 이를 행사하는 것이 위조사문서행사라는 사실 또한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잔고증명서를 제시하는 방법으로 행사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행사 당시 위조된 것이라는 인식이 없었기 때문에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장모 최씨는 잔고증명서 위조는 인정하면서도 전 동업자 안씨가 자신 몰래 행사 범행을 저질렀다는 입장이다.
한편 장모 최씨는 별건으로 기소된 이른바 ‘22억 요양급여 부정수급’ 사건 1심에서 지난 2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법원은 장모 최씨가 손해를 본 투자자가 아닌 의료재단 설립과 의료법인 운영에 개입한 '공범'이라고 판단했다. 장모 최씨는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