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 최씨 전 동업자 안아무개씨 5차 공판기일 증인신문
안씨에게만 적용된 잔고증명서 행사 혐의···공소사실과 다른 법정 증언
안씨 변호인 “장모 최씨 기소하고도 죄 없는 것처럼 유도신문” 주장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 등을 받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지난해 12월 22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 등을 받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지난해 12월 22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350억원대 은행 잔고증명서를 위조하고 행사한 혐의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를 기소한 검찰이 법정에서는 도리어 그를 두둔하는 식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위조된 잔고증명서 행사 범행 당시 장모 최아무개씨를 봤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지만, 검찰은 해당 증언을 탄핵하기 위한 신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것이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정성균 부장판사)는 2일 오후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장모 최씨의 전 동업자 안아무개씨의 다섯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안씨는 장모 최씨와 함께 기소됐으나, 재판부 분리 신청으로 재판 절차가 따로 진행 중이다.

이날은 장모 최씨와 안씨에게 총 18억원을 대여해줬다고 주장하는 임아무개씨에 대한 증인신문 절차가 진행됐다. 임씨는 위조된 잔고증명서와 장모 최씨 명의의 당좌수표를 보고 수차례 돈을 빌려준 인물로, 첫 금전거래는 2013년 8월 30일 3억원이다.

안씨는 장모 최씨의 지시로 허위 잔고증명서(71억원)를 이용해 증인 임씨에게 돈을 빌렸다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해당 금전거래 당시 허위잔고증명서 행사 범행은 안씨 단독으로 진행했다고 본다.

그러나 증인 임씨는 검찰의 공소사실과 달리 장모 최씨가 이 잔고증명서 행사 범죄에 관련돼 있다고 증언했다. 임씨는 “장모 최씨와 안씨가 동업을 한다고 알았고, 71억원의 잔고증명서와 장모 최씨 명의의 당좌수표를 보고 돈을 빌려줬다”라며 “요양병원과 경기 성남 도촌동 사업, 경기 파주 공장 사업 등에 돈이 필요하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2층에 위치한 내 사무실로 안씨가 찾아왔고, 최씨는 1층 건물밖에 있었다. 목소리도 듣고 검은 안경을 쓴 모습도 봤다”라며 “‘사위가 고위공직자여서 사무실로 들어오지 않는다’고 안씨에게 전해들었다”라고 주장했다.

임씨는 “층이 다르긴 하지만 불과 2~2.5m거리였다. 대화도 듣고 얼굴도 식별이 됐다. 160cm가량의 키와 색안경을 썼다”라고 증언했다. 그는 변제기일 연장을 요청하기 위해 안씨와 장모 최씨가 수차례 사무실을 찾아왔다며 안씨는 장모 최씨가 써준 사실확인서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사실확인서에 적힌 필체가 당좌수표의 장모 최씨 필체와 일치했다는 게 임씨의 설명이다.

반면 검찰은 증인 임씨가 봤다는 사람이 장모 최씨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주신문을 진행했다.

검사는 ‘사무실 앞까지 온 사람을 왜 들어오라고 하지 않았는가’ ‘직접 대면한 사실은 없는 게 아닌가’ ‘안씨의 주장 외에는 해당 인물이 장모 최씨인지 확인할 길이 없지 않느냐’고 물었다.

임씨는 “사위가 고위공직에 있다고 하니 들어오라고만 할 수는 없었다. 전화로만 통화했다”며 “목소리가 분명히 장모 최씨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 리가 없고 안씨에게 화를 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임씨가 장모 최씨와 민사 소송 중인 점도 지적했다. 임씨가 자신의 소송에서 유리할 목적으로 이 같은 이야기를 꾸며할 수도 있다는 취지다.

또 검찰은 “증인은 과거 안씨의 형사재판에서도 이러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지금의 말은 처음 나온 부분이다”고 지적했고, 임씨는 “장모 최씨의 대학원 동문인 제 지인이 사진을 보여줬기 때문에 정확히 알고 있다”며 장모 최씨를 봤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반복된 질문에 안씨의 변호인이 이의제기를 하려했으나, 재판장은 “증언을 들었고 재판부가 판단하겠다”고 정리했다. 이후 재판장은 증인에게 “안씨가 장모 최씨 대역을 데려왔을 가능성은 없는가”라고 물었고, 임씨는 “분명 장모 최씨가 맞다”라고 답했다.

안씨의 변호인은 재판 후 취재진에게 “검사는 장모 최씨를 기소해놓고도 그가 죄가 없는 것처럼 (증인에게) 유도신문을 한다”라며 “제가 재판부에 지적하려 했는데, 재판부는 이미 제 심정을 알고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증인은 2층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장모 최씨의 얼굴을 봤고, 사진도 봤기 때문에 동일인임을 확인했다고 발언했다”라고 설명했다.

장모 최씨와 전 동업자 안씨는 4장의 통장잔고 증명서를 위조하고 이중 일부를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위조된 잔고금액은 350억원에 달한다.

장모 최씨와 안씨는 윤 전 총장 아내의 지인 김아무개씨에게 부탁해 2013년 4월 1일자(100억원), 6월 24일자(71억원), 8월 2일자(38억원), 10월 11일자(138억원) 등 잔고 증명서 4장을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4장의 잔고증명서 중 2013년 4월 1일자 증명서 행사에만 장모 최씨가 공모했다고 본다.

이날 논란이 된 2013년 6월 24일자 잔고증명서는 안씨가 장모 최씨 몰래 행사했다는게 검찰의 결론이다. 장모 최씨는 당좌수표 발행은 자신이 한 것이 맞지만, 행사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재판부는 오는 7월 14일 두 피고인과 금전 거래를 한 또다른 임아무개씨를 소환해 증인신문할 계획이다. 그는 장모 최씨와 안씨에게 총 8억원을 빌려준 인물이다. 또다른 임씨 역시 장모 최씨와 분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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