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출석 당시 취재진·유튜버 몰리고 일부 시민 ‘고성’
변호인 “신변 위협, 심리적 위축···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 침해”
법원내규, ‘청사질서유지’ 규정···사건 당사자 보호요청 가장 많아

땅 매입 과정에서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 등을 받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지난 22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땅 매입 과정에서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 등을 받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지난 22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수백억원대 통장잔고를 위조하고 행사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법원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 출석과정에 시민들로부터 고성을 듣고, 이동에 방해까지 받자 이 같은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씨 측 변호인은 최근 의정부지방법원장을 상대로 신변보호요청서를 제출했다.

최씨는 지난 22일 의정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기일에 출석하며 주차장부터 법정까지 약 70m를 걸어서 이동했다. 이 과정에 취재진과 유튜버들이 카메라와 휴대폰을 들이대며 취재경쟁을 벌였다. 최씨를 향해 ‘사람답게 살아야지’ ‘사기꾼’이라고 고함을 친 시민도 있었다. 회색 모자에 선그라스, 마스크, 목도리를 착용한 최씨는 걷는 내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최씨의 재판 출석 과정이 ‘아수라장’이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최씨의 변호인은 “사건 이해관계자들도 아닌 분들이 최씨의 출입을 막거나 소리치고, 재판이 끝난 뒤에도 최씨가 탄 차량을 두드리는 행동을 했다. 최씨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됐다”며 “피고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대법원 법원청사 관리내규에 따라 신변보호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내규 13조(질서유지)는 ‘청사관리관(법원장)은 청사안의 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사람의 출입이나 물건의 반입 등을 제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청사안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사람에게 퇴거를 명하고, 청사안의 질서유지에 방해되는 물건이나 시설물에 대해 반출 또는 철거를 명해야 한다’고 돼 있다.

시민들의 구호 외침, 이동방해 등이 청사안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라는 게 변호인의 주장이다.

변호인은 요청서에서 “출석을 위해 정문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재판이 끝나고 난 다음 법정에서 법원 정문에 이르기까지 법정 뿐만 아니라 법원 청사 내에서 피고인의 신변을 보호해 달라”고 적었다. 보호요청 기간은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매 기일마다’이다.

변호인은 “법원은 피고인의 출석을 방해하고 사실상 정치적 발언을 하며 시위와 마찬가지인 행위, 그것도 사건관계인도 아닌 사건과 무관한 자들에 의해 자행되는 폭력을 제지하는 등 피고인을 안전하게 보호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 피고인의 방어권 및 변론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재판부로부터 법원에 특별한 협조 요청이 있었는지 파악되지 않는다”면서도 “피고인에 대한 보호조치 근거가 있고, 재판부의 보호 결정이 있다면 구체적인 방법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 그래픽=디자이너 이다인.
/ 그래픽=디자이너 이다인.

최씨는 전 동업자 안아무개씨와 2013년 4∼10월 공모해 A은행에 347억원을 예치한 것처럼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하고 이 중 일부를 행사한 혐의(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 행사)를 받는다. 이들은 경기도 성남 도촌동 땅을 사들이면서 안씨 사위 등의 명의로 계약하고 등기한 혐의(부동산실명법 위반)도 있다.

최씨는 증명서 위조 자체는 인정했으며,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재판에 임하고 있다. 안씨는 최씨가 사건을 주도했고, 잔고증명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최씨의 두 번째 재판은 내년 3월 18일 예정돼 있다.

이 사건과 별개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4일 최씨를 의료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의정부지법에 기소했다.

한편, 금태섭 전 국회의원이 지난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9~2019년 6월까지 총 1197명이 폭력, 협박, 위해 등을 이유로 법원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이 중 68%가 사건 당사자의 보호요청으로 나타났다. 증인(30%), 법관(1%)의 보호요청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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