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족 사태로 생산 차질 심화···이달 K8 생산계획 6750대, 주문량 2만6577대로 수급 불균형
양산 일정도 계획대비 5일 늦어져···하이브리드의 경우 출고까지 4개월 이상
출고지연 계속될 경우 내년 출시되는 신형 그랜저로 고객 이탈 우려

기아는 8일 서울 기아 비트360에서 K8 공개행사를 열고 본격 판매에 돌입했다. / 사진=박성수 기자
기아 K8. / 사진=박성수 기자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기아 ‘K8’이 신차 출시 전부터 호평을 받으며 승승장구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반도체 부족 사태로 인한 생산 차질로 신차 효과가 빛이 바래고 있다.

K8은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8015대를 기록하며 기아 역대 세단 신기록을 달성했으나, 생산 문제로 인해 출고가 지연되면서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13일 기아 영업점 등에 따르면 이달 기아는 K8 가솔린과 LPG의 경우 5050대, 하이브리드는 1700대 생산할 계획이나 주문 요청은 각각 1만9922대, 6655대로 4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하이브리드의 경우 당초 이달 6일부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었으나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해 10일로 미뤄졌다가, 11일로 재차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K8 하이브리드의 경우 현재 고객 인도까지 4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원격 스마트주차보조(RPSA)옵션을 빼야 가능한 일정이다. 현재 해당 옵션 적용 차종은 생산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는 10월 이후에나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K8 양산 지연 공지. / 사진=기아 영업점
K8 양산 지연 공지. / 사진=기아 영업점

K8은 현대차 그랜저의 대항마로 출시 전부터 관심을 모았으나, 반도체 부족 사태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K8 판매는 5017대(K7 포함)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같은 달 그랜저는 9684대를 판매했다.

기아는 K8 생산 지연에 속이 타는 상황이다. K8은 K7에서 이름을 바꾼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로, 기아가 사명과 로고를 바꾼 후 처음으로 내놓는 차량인만큼 의미가 있는 모델인데 생산차질로 신차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내년에는 경쟁 모델인 현대차 그랜저가 완전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어, 생산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반도체 사태 장기화로 올 하반기까지 생산차질이 이어지고 이로 인해 K8 출고가 지연될 경우, 순번이 뒤로 밀린 고객들이 K8에서 그랜저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 6개월 이상 기다리면서 뒤늦게 신차를 받기 보다는 내년에 나올 그랜저를 구매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내년 7세대 그랜저를 선보일 예정이며, 하이브리드에도 8단 변속기를 탑재해 연비와 주행성능 개선에 힘을 싣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K8을 출시하며 대대적인 상품성 개선은 물론 차명까지 바꾸며 그랜저를 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K7은 2009년 1세대 출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50만대 이상 팔린 주력 모델이지만, 같은 그룹내 경쟁 모델인 그랜저 그늘에 가려 2인자 꼬리표를 벗지 못했다.

이에 K8은 그랜저보다 전장 25㎜, 휠베이스(축거) 10㎜를 더 키우고 고급 소재와 첨단 편의사양 등을 탑재해 경쟁력을 높였다.

최근 기아는 셀토스, 쏘렌토, 카니발 등의 선전으로 레저용차량(RV) 시장에선 현대차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1~4월 기아 RV 판매는 8만8106대로 현대차(7만1053대)보다 많다. 현대차도 투싼, 싼타페, 펠리세이드 등 쟁쟁한 모델이 있지만 쏘렌토와 카니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기아는 인기가 꾸준한 K5와 더불어 올해 K8을 통해 세단에서도 현대차를 넘어설 계획이었으나, 반도체 문제로 인해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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