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자동차의 날’ 행사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5~6월 가장 어려운 시기···아이오닉5 공급에 최선”
부품업계 “웃돈 주고도 반도체 못 구해···정부 차원에서 국산화 지원 절실”
르노삼성과 쌍용차 경영진은 불참

12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제 18회 자동차의 날' 행사에 참석한 공영운 현대차 장. / 사진=박성수 기자
12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제 18회 자동차의 날' 행사에 참석한 공영운 현대차 사장. / 사진=박성수 기자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공영운 현대자동차 전략기획담당 사장이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5~6월 최대 위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에도 반도체 공급 차질에 따른 여파가 계속되겠으나, 아이오닉5를 적기 공급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2일 공영운 사장은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제 18회 자동차의 날’ 행사에서 반도체 부족 사태 전망에 대해 “5월이 정점이라기 보다는, 5~6월이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다”며 “(반도체 부족사태는) 단기로 끝날 문제가 아니고, 길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현대차는 반도체 부족으로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최근 공장 가동 일정을 재고상황에 맞춰 능동적으로 조율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12~13일과 19~20일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7~14일에는 코나와 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을 휴업했다. 이달 6~7일에는 울산공장의 포터 생산라인 가동을 멈췄다. 특근도 최소화하면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오닉5 출고에 문제가 생겼다. 아이오닉5는 사전계약만 4만대를 넘기며 올해 생산 목표를 초과달성한 상태다. 평소라면 아이오닉5 수요를 맞추기 위해 증산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반도체 부족으로 오히려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는 아이오닉5 생산량을 1만대에서 2만6000대로 축소했으며, 이달에도 당초 목표인 1만대의 절반 수준인 4500여대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아이오닉5 출고는 계속 지연되고 있으며, 일부 옵션을 빼면 출고를 앞당기는 대책까지 내놓은 상태다. 공 사장은 아이오닉5 인도 지연 문제와 관련, “여러가지 여건을 고려해 공급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아이오닉5 뿐 아니라,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최근 현대차그룹의 다른 차량 출고도 늦어지고 있다. 아반떼의 경우 10~11주를 기다려야 하며, 투싼은 고객에게 정확한 출고 일정도 알리지 못하고 있다.

팰리세이드는 빠르면 6주, 길게는 3개월을 대기해야 하며 최근 출시한 스타리아도 한달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기아 K8은 특정 옵션을 넣을 경우 대기기간이 6개월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반도체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자동차 기업들이 손 쓸 방도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전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생산을 줄이고 있지만, 반도체 회사들의 수급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손 놓고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자동차 부품 업체 관계자는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일본이나 싱가포르에 가서 웃돈을 주고 물량을 구하려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정부가 나서서 국내 생산을 하는 방향으로 지원책을 내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이날 K-반도체 전략에 대해 회의를 거친 후 내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하에 열리는 ‘반도체 전략 보고대회’에서 대책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전략 방안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우위를 유지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 R&D와 시설 투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한편 이날 자동차의 날 행사에는 완성차 기업 경영진 중 공영운 현대차 사장과 카허 카젬 한국GM 대표만 참석해 현재 국내 자동차 업계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냈다.

자동차의 날은 1999년 5월 12일 자동차 누계 수출 1000만대를 기념해 제정됐으며, 2004년부터 매년 시행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과 정부 측 인사들이 모여 그동안의 노고를 격려하고 화합과 결속을 도모하는 자리였으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행사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여기에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해 임단협 문제로 인해 노조와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으며, 쌍용차는 회생절차를 밟으며 회사 존폐 위기에 놓이는 등 경영사정 악화로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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