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족으로 아이오닉5·K8 등 신차 생산 차질
연말까지 반도체 난 이어질 가능성 높아···“상황 예의 주시”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5월 반도체 부족 사태로 위기상황에 놓였다. 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K8 생산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특히 두 차량은 최근 각 브랜드에서 내놓은 신차로 올 상반기 회사 실적을 책임질 핵심 모델이지만, 생산 문제로 출고가 지연되고 있어 2분기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반도체 공급난으로 K8 생산일정이 지연되자, 반도체가 필요한 사양을 빼는 대신 가격을 내리고 출고 일정을 앞당겨주는 ‘마이너스 옵션’을 선보였다. 후방주차 충돌 방지 보조와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을 제외할 경우 기존 가격에서 40만원을 할인해 주는 식이다.

기아 K8은 지난 3월 사전계약 첫날 1만8015대를 달성하며 역대 기아 세단 기록을 경신했다. 출시 이후에도 꾸준한 인기를 보이며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공급 문제로 인해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서 출고가 늦어지고 있다.

최근 K8을 구매한 신아무개씨(40)는 “원래 이달 말에 출고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얼마 전 영업사원으로부터 출고가 8월로 밀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현재로선 딱히 다른 대안이 없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카니발도 스마트 파워 테일게이트 기능을 뺄 경우 40만원을 깎아준다.

기아 관계자는 “카니발의 경우 일반 고객은 물론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차량 출고가 늦어질 경우 생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에 일부 옵션을 빼더라도 출고를 앞당기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전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에도 재고를 넉넉하게 확보하고, 생산계획을 능동적으로 조정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했다. 올해 초 토요타, 폴크스바겐, 포드, GM(제너럴모터스), 르노 등 전세계 완성차 기업들이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을 중단했을 때도 현대차그룹은 공장을 가동하며 수익 개선에 힘썼다.

하지만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현대차도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졌다.

지난달 출고를 시작한 아이오닉5의 경우 구동모터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생산에 문제가 생겼으며, 이달부터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까지 겹치면서 출고가 더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는 올해 아이오닉5를 7만대가량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부품 수급 문제로 지난달 생산량을 1만대에서 2600대로 축소했다. 구동모터 공급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달 반도체 공급난까지 이어질 경우, 업계에선 아이오닉5 생산 정체가 연말쯤에 해소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생산 지연으로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환경부 저공해차 통합 누리집에 따르면 3일 오전 기준 서울시 전기차 보조금 접수대수는 4957대로 총 공급량(5067대)의 98%를 기록했다.

여기에 테슬라 모델Y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출고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보조금은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지난달 말 국내 들어온 모델Y 물량이 6000대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문제가 계속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2분기 실적에도 적색불이 켜질 전망이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은 지난 달 열린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외부적인 여러 사항을 종합하면 반도체 이슈에서 가장 어려운 시점은 5월이 될 것”이라며 “4월까진 이전에 쌓아둔 재고 효과를 봤는데, 이제는 재고가 거의 바닥이라 5월이 보릿고개다”고 말했다.

문제는 마땅한 해결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차량용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기에는 시설을 정비하는 시간이나 비용 부담이 크다. 더욱이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수익이 떨어지는 데다 시장 규모도 제한적이라 기존 반도체 기업들도 생산을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의 경우 뾰족한 수가 없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