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공개 입찰 추진···HAAH 외에도 다수 기업서 비공식 인수의향 밝혀
“회생 절차 조기 마무리할 것”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쌍용자동차가 법원의 회생개시 결정으로 10년 만에 또다시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쌍용차는 기존 잠재적 투자자인 미국 HAAH오토모티브와의 협의를 이어가는 한편, 공개 입찰을 통해 다른 투자자들과도 접촉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15일 서울회생법원은 쌍용차에 대한 기업 회생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2011년 4월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졸업한지 10년 만이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21일 기업회생과 함께 신청한 자율구조조정(ARS) 프로그램을 승인하며 두차례에 걸쳐 회생 개시를 결정을 보류했다. 하지만 HAAH오토모티브가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하지 않자 더는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에 회생 절차 개시를 진행했다.
쌍용차는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회생계획인가 전 M&A’를 추진할 방침이다.
인가 전 M&A는 회생절차 개시 이후 법원의 M&A 준칙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오히려 투자자와 보다 신속한 협상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P플랜에서 인가 전 M&A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추진시기만 달라졌을 뿐, 회생절차를 조기 종결한다는 점은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개입찰을 통해 단일 인수 후보자와의 협상 지연 문제를 차단하고, 다수의 인수후보자 간의 경쟁을 유도해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합병을 성사시킬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쌍용차에 따르면 현재 공개된 인수 희망자 외에도 또 다른 인수희망자들이 비공식적으로 인수 의향을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공개된 쌍용차 인수 희망자는 HAAH오토모티브를 비롯해 에디슨모터스, 케이팝모터스, 박석전앤컴퍼니 등이다.
이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HAAH오토모티브다. HAAH오토모티브는 인수 협상이 지연되는 상황에도 인수 의사를 확실히 밝혀왔다.
HAAH 대변인 크리스 호스포드는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시아에서 진행 중인 여러 비즈니스 기회에 대해 여전히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5일 열린 금융업계 대표 간담회에서 “HAAH가 (쌍용차 인수를) 안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고, 시간을 더 달라고 한 거 같다”고 말했다.
HAAH는 쌍용차 인수에 참여할 재무적투자자(FI) 설득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법원 회생 절차를 거쳐 쌍용차 몸집이 줄게 되면 HAAH가 투자자를 설득하는 데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변수는 인력 구조조정이다. 지난 2009년 쌍용차의 기업회생 신청 당시, 법원은 회생을 위해 인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쌍용차는 전체 임직원의 36%인 2600여명을 정리해고 했다.
이번에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으나, 노조가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있고, 사측도 2009년과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고 있어 강제적인 정리해고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대신 임금 삭감과 생산성 제고 등을 회생 계획안에 담은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는 서울회생법원과 협의해 빠른 시일 내에 주관사를 선정해 인수합병을 완료하고, 회생 절차의 조기 종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법원에 의해 제3자 관리인으로 선임된 정용원 쌍용차 기획관리본부장은 “협력사들과 협의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생산을 재개하고 차질 없는 A/S를 통해 회생절차개시 결정에 따른 고객불안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