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지난해 현금성 자산 10조원 넘어···전년대비 138%↑
일각선 애플카 협업 위한 투자 자금 추정···기아 “코로나19 위기 대비한 유동성 확보 차원”
급여 인상은 통상임금 소송 패소 영향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기아가 지난해 현금성 자산을 크게 늘렸다. 현금성 자산이 늘어난 것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증가한 부분도 있으나, 차입금 증가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0조1607억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138% 증가했다.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현금 자산이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기아 총 차입금은 10조1667억원으로 전년(6조4651억원)보다 57% 증가했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유동성을 빼면 마이너스 2조9066억원이다. 즉, 빚보다 보유한 현금 유동성이 더 많다는 의미다.
기아는 지난해 늘린 차입금을 고스란히 현금자산으로 쌓아 놨다.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기아가 지난해 현금성 자산을 늘린 이유가 애플카 생산을 위한 애플과의 협업을 준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10조원의 실탄이 애플카 생산 체제를 갖추기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추정이다.
실제 올해 초 기아와 애플이 자율주행전기차 ‘애플카’ 생산을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전세계가 떠들썩했다. 당시 기아도 애플카 관련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 안팎에선 기아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애플카 생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후 기아는 공시를 통해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협력설이 잠잠해지면 다시 양측이 물밑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시에서 애플과의 협의 자체가 완전히 결렬됐다는 내용이 없다는 점, 전기차에 대한 언급은 빠졌다는 점 등이 애플카 협력 재추진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대해 기아는 작년 현금자산을 늘린 이유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기아는 1분기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10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해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당초 계획했던 7조9000억원 규모 유동성에 회사채 등 외부 조달로 2조원을 더해 총 10조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기아는 지난해 차입금 규모를 대폭 늘렸으나, 큰 부담은 없다. 앞서 언급했듯 차입금을 대부분 현금성 자산으로 갖고 있는데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수익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아는 지난해 판매대수 260만6832대를 기록하며 전년대비 7.6% 감소했으나 매출 59조1681억원, 영업이익 2조665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1.8%, 2.8% 증가했다. 이는 기아가 레저용차량(RV) 판매 비중을 늘리며 고수익 구조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기아 RV 판매 비중은 58.7%로 전년대비 6.2%p 상승했다.
올해 기아는 글로벌 자동차 수요 회복세 속에 지난해보다 12.1% 증가한 292만2000대를 판매 목표로 설정했다.
국내에서는 K5·쏘렌토·카니발 등 주력 모델 판매를 기반으로 K8, 신형 스포티지, EV6를 성공적으로 출시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쏘렌토 등 고수익 신차 판매를 본격화하고 유럽에서도 EV6를 출시한다. 인도에서는 셀토스와 쏘넷 등 인기 차종 판매를 지속 확대하고 인도네시아 등 아태지역 수출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한편, 기아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9128만원으로 전년대비 약 500만원 올랐다. 이는 급여 인상보다는 통상임금 소송 패소에 따른 인건비 상승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기아 생산직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지급될 추가 임금은 약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기아 급여총액은 3조2337억원으로 2019년(3조813억원)보다 1524억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