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가증권 자산 운용 이익 4조3922억원···전년比 14.45%↓
한화생명 2조6280억원으로 전년比 18.96% 증가···교보생명도 14.56%↑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운용자산이익률 하락이 생명보험업계의 최대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1등 생보사 삼성생명이 유독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등 타 경쟁사들은 지난해 예금, 대출 자산 운용의 부진을 유가증권 운용을 통해 극복해낸 반면 삼성생명은 주식 시장 호황 속에서도 유가증권 운용 이익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부진 흐름은 삼성 내 대표적인 자산운용 전문가로 알려진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의 부담감을 더욱 가중 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생명은 역대 최초로 2%의 운용자산이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3.49%였던 삼성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1년만에 2.86%로 0.63%포인트 하락했다. 삼성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지난 2018년 4.02%를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운용자산이익률은 보험사가 소비자들이 납입한 보험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익률뿐만 아니라 전체 운용자산 이익 자체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운용자산 이익은 6조5145억원으로 전년(7조4079억원) 보다 12.0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운용자산은 231조4970억원에서 248조9740억원으로 7.55% 늘어났다.

삼성생명의 이러한 부진은 오랜 기간 지속돼온 저금리 기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랜 기간 1%대의 저금리가 이어져온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금리가 더욱 하락하자 생보사들은 전체적으로 예금, 대출자산 운용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삼성생명의 대출 자산 운용이익은 2019년 1조9621억원에서 지난해 1조8611억원으로 5.14% 줄어들었으며 현·예금 및 신탁자산 운용이익도 171억원에서 62억원으로 감소했다. 부동산 및 기타자산의 운용이익 역시 2945억원에서 2549억원으로 13.45% 줄어들었다.

다른 대형 생보사 역시 마찬가지다. 한화생명의 대출 투자 자산 운용 이익은 1조157억원에서 1조39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으며 현·예금 및 신탁 자산의 운용 이익 역시 53억원에서 2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교보생명의 대출자산 운용 이익도 9847억원에서 962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사진=삼성생명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사진=삼성생명

하지만 생보사 자산운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가증권 부문에서는 빅3 생보사들이 큰 차이를 보였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두 생보사는 유가증권 자산 운용을 통해 다른 부문의 부진을 만회하는데 성공했으나 삼성생명은 유가증권 운용에도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한화생명의 유가증권 자산 운용 이익은 2조6280억원으로 전년(2조2091억원) 대비 18.96% 증가했으며 교보생명도 같은 기간 2조3921억원에서 2조7405억원으로 14.56% 늘어났다. 반면 삼성생명은 5조1342억원에서 4조3922억원으로 14.45% 감소했다. 유가증권 자산의 운용 이익률도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3.78%와 4.45%로 전년 대비 0.45%포인트, 0.28%포인트씩 상승했으나 삼성생명은 3.15%에서 2.42%로 0.73%포인트 감소했다.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해 증시 호황에 맞춰 주식 자산의 비중을 대폭 늘렸음에도 부진한 이익률을 기록해 더욱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지난해 삼성생명의 유가증권 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4.96%로 전년(20.29%) 대비 4.67%포인트 증가했다. 반대로 국공채의 비중은 40.70%에서 38.25%로 2.45%포인트 줄어들었으며 특수채의 비중도 20.04%에서 17.30%로 2.74%포인트 낮아졌다. 다소 공격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했으나 국공채 비중을 19.37%에서 26.43%로 늘리며 안정적인 운용에 초점을 맞췄던 한화생명에 비해 오히려 낮은 성과를 거둔 셈이다.

이러한 자산운용 부문의 부진은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전망된다. 전 사장은 자산운용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삼성생명 사장 자리까지 올라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전 사장은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한 이후 투자사업부장, 자산PF운용팀장, 자산운용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삼성증권 지원경영실장 부사장과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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