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스코 주변 평소와 달리 한산…전시관 내부도 ‘텅텅’

지스타가 열리는 벡스코 현장 모습. / 사진=원태영 기자
예년과 달리 한산한 벡스코 현장 모습. / 사진=원태영 기자

[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올해 지스타가 열리는지도 몰랐네요.”

20일 부산 해운대역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53)씨는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평소 지스타 기간이었다면 수많은 인파들로 북적였을 해운대역 근처 먹자 골목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긴 채 한산한 모습이었다.

지스타가 열리는 벡스코 부근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십만 인파가 어우러져 시장통 같았던 벡스코 주변은 고요했다. 매년 각종 이벤트 부스로 채워졌던 벡스코 앞 공터는 낙엽만이 가득했다.

벡스코 부근에서 카페를 운영중인 김현정(40·가명)씨는 “벡스코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서야 올해 지스타가 열리는 것을 알았다”며 “평소였다면 지스타를 방문한 손님들로 꽉찰 시간이지만, 올해는 가게가 텅텅 빈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16회를 맞이한 지스타는 지난 19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22일까지 온라인을 중심으로 개최된다. 부산 벡스코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현장 참가사 발표와 각종 이벤트 모두 ‘지스타TV(온라인 방송 채널)’에서 방송된다. 지스타가 온라인으로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구조로 계획을 잡았으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온라인을 전면에 내세우게 됐다. 올해 지스타는 별도 슬로건도 정하지 않고 방향성을 정의하는 키워드로 ‘온택트(On-Tact)’를 내세웠다. 온택트란 비대면을 일컫는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더한 개념이다.

강신철 지스타 조직위원장은 벡스코 제1전시장 프레스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프라인으로 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온라인 개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최근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맞는 선택이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지스타는 부산시에게도 중요한 행사다. 지스타를 통한 경제적 파급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매년 수십만명이 지스타를 보기 위해 부산을 찾는다. 특히 지난해 열린 지스타에는 역대 최다 관객인 24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발전연구원에 따르면 지스타 경제 효과는 약 1200억원, 고용유발 효과는 2000명 수준이다. 

벡스코 내부 모습. / 사진=원태영 기자
벡스코 내부도 휑하기는 마찬가지 / 사진=원태영 기자

그러나 올해는 지스타 온라인 개최로 인해 경제 효과를 누리기 어려워졌다. 특히 지스타가 열리는 벡스코와 호텔 등 숙소가 밀집한 해운대역 주변 상인들은 울상이다. 

해운대역 근처에서 고기집을 운영하는 서모(43)씨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손님이 끊긴 상황에서 지스타 개최만을 기다려왔는데, 갑자기 온라인으로 개최된다고 해서 당황했다”며 “코로나 상황이라는 점에서 어느정도 이해는 되지만, 장사하는 입장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매년 관람객들로 인해 발디딜 틈조차 부족했던 벡스코 전시관 내부는 휑한 모습이다. 전시관 공간 일부만 지스타TV 라이브 행사를 위한 무대로 쓰일뿐, 나머지 공간은 조명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벽면에 걸린 각 게임사 광고판만이 이곳이 지스타 행사장이라는 점을 알려줄 뿐이었다.

현장을 찾은 한 게임사 관계자는 “공간을 이렇게 놀리지 말고 다른 방향으로 활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확실히 관람객이 없으니 지스타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썰렁했던 벡스코와 달리 온라인으로 진행된 지스타TV에는 많은 게임 이용자들이 몰렸다. 

지스타가 이번에 새롭게 도전한 지스타TV는 첫 방송인 지난 10월 9일부터 최근까지 기존 지스타에 없던 온라인 기록을 수립중이다. 앞서 지스타는 개최 전, 지스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역할로 지스타와 참가사에 대한 소식을 전달하는 라이브 지스타(고라G)와 게임 컨설팅 예능 포맷 오로지 엔터테인먼트(오로G) 등을 방영했다.

지스타 조직위에 따르면, 트위치 라이브 방송을 기준으로 생방송 시청자 수 150만명, 고유시청자 수 60만명, 시청 시간 9만5000시간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첫 시도에 거둔 성적이다.

지스타 첫날인 19일에는 약 4000~5000명에 달하는 시청자들이 지스타TV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자들은 지스타가 오프라인으로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아쉬워하면서도 지스타TV를 통해 공개하는 각종 신작 정보에 열광했다. 지스타 이틀째인 20일에도 5000명에 가까운 시청자가 계속해서 지스타TV를 시청했다. 

조명 조차 어두운 전시관 내부 모습. / 사진=원태영 기자
텅텅 빈 전시관 내부 모습. / 사진=원태영 기자

특히 그동안 유료로 진행하던 각종 컨퍼런스가 무료로 열린 점에 대해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평소 오프라인 부스에서 관람객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인디 게임들이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된 점도 이번 온라인 지스타의 순기능이라는 평가다.

직장인 이모(32)씨는 “게임을 좋아했는데, 평소 주말에도 일해 지스타에 내려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며 “올해는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지스타TV를 보고 있다. 방송으로 최신 게임 정보를 편하게 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통신사인 KT 역시 방송을 통해 실감미디어 서비스인 ‘리얼큐브’ 등을 홍보했다. 다만 지난해 지스타에서 LG유플러스가 짜임새있는 현장 부스로 호평을 받은 것과 달리, KT의 경우 시청자들의 공감대는 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번 온라인 지스타에 대해 대체적으로 만족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첫 시도치고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다. 게임사 관계자는 “올해 특히 신작 출시가 많아 관심가는 내용들이 많았다”며 “다만 다음부터는 단순 게임 소개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이 나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다만 온라인 지스타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스타 조직위원회 입장에서는 온라인으로 개최할 경우, 입장료와 부스 설치 비용을 받을 수 없어 수익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향후 수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스타 조직위 관계자는 “행사를 개최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오프라인으로 개최할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며 “이번 행사는 수익성을 보고 한 것이 아니라, 다른 게임 전시회와 차별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연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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