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포함 315대 항공기 보유한 초대형 항공사 출범···국내 여객 비중 60% 육박
독과점에 따른 가격 인상 우려···중장거리 노선 대한항공·아시아나 독점
KCGI “한진칼 자금 지원하는 것은 현 경영진 지위 보전 위한 것···주주 손실 및 고객 피해 우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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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며 초대형 국적 항공사 탄생을 알리고 있다. 두 항공사가 결합하면 연 매출 20조원,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거듭날 전망이다.

다만 국내 1, 2위 항공사 합병으로 인한 독과점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 한진칼 최대 주주인 KCGI도 아시아나 합병에 반대 목소리를 내며 두 회사의 인수합병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KDB 산업은행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협상 중이다. 한진칼은 지난 13일 공시를 통해 아시아나 인수 추진을 검토 중에 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아시아나 인수 검토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치게 될 경우 항공기 255대(헬리콥터 제외), 임직원 3만명의 초거대 항공사가 출범하게 된다. 여기에 자회사로 있는 진에어(28대), 에어부산(25대), 에어서울(7대) 등을 합치면 315대 항공기를 보유하게 된다. 또 대한항공은 보잉, 아시아나는 에어버스 항공기를 갖추고 있어 글로벌 양대 항공기를 모두 운영할 수 있다.

◇북미·유럽 노선 가격 인상 우려···“외항사로는 견제 안돼”

초대형 항공사의 등장으로 전세계 항공산업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으나, 반대로 독과점 우려도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적항공사 여객은 9424만명을 기록했으며 이중 대한항공(2783만명), 아시아나(2030만명) 비중은 51%를 차지했다. 국내선 기준으로는 대한항공 22.9%, 아시아나 19.3%며, 양사 저비용항공사(LCC)까지 포함하면 이들의 점유율은 62.5%에 달한다.

두 항공사 합병에 있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다. 공정위는 합병시 시장 경쟁이 제한될 경우 기업결합을 불허하거나, 가격인상 제한·특정 사업 부문 매각 등의 조건을 달아 승인한다. 시장에서 독점 폐해가 발생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하나로 합쳐지게 될 경우, 중장거리 노선은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일본, 동남아, 중국 등의 경우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등 LCC가 있어 가격 경쟁이 가능하지만 북미,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의 경우 국적 항공사 중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사실상 독점 운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항사와의 경쟁으로 인해 가격 인상 폭이 제한된다는 의견이 있으나, 중장거리 노선의 경우 마일리지와 경유노선 등을 이유로 국적기만 이용하는 고객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에 외항사와 경쟁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선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제주항공-이스타항공, 현대차-기아차 합병을 승인한 것과 같이 아시아나를 회생 불가능한 회사로 판단할 경우 양사 결합을 허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 논리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승인했고, 외환위기 시절인 1999년에도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를 허가한 바 있다.

또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지난 13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추진과 관련, “아주 상식적으로 얘기했을 때 좋은 방안이면 정부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힘을 실어준 바 있다.

◇ KCGI, 아시아나 인수 반대···“경영진 지위보전 의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은 독과점 논란 뿐 아니라, 주주 반발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KCGI는 지난 13일 입장문을 통해 “산은이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해 아시아나 인수를 고려하는 것은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구체적인 고민 없이 재무적으로 최악의 위기를 겪는 아시아나를 한진그룹에 편입하는 것은 고객, 주주 및 채권단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장 외부 자금 지원이 필요한 곳은 한진칼이 아닌 대한항공이라고 강조했다. 한진칼은 신주인수권과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KCGI 측 설명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하고 있는 KCGI 입장에선 산은의 개입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현재 아시아나 인수 방안으로는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산은이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칼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면 산은이 인수 자금을 투자하고 한진칼은 이 자금으로 금호산업이 가진 아시아나 지분(30.77%)을 사는 방식이다.

한진그룹은 큰 자금 부담 없이 아시아나를 산하로 둘 수 있고, 채권단은 아시아나 인수를 조속히 마무리 지어 매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1, 2위 항공사 재편에 참여한 채권단 입장에서는 경영 체제 안정을 신경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현 경영진 편을 들 가능성이 높다.

한진칼 지분은 KCGI 등 3자연합이 46.7%, 조원태 회장 우호 지분율은 41.3%다. 3자연합이 현재까진 우세하나, 채권단이 경영권 방어에 힘을 실어 준다면 3자 연합은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된다.

양사 노조도 합병에 반대하고 나섰다. 대한항공조종사노조, 대한항공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 아시아나항공열린조종사노조, 아시아나항공노조 등 양사 6개 노조는 다음 주 서울 시내 모처에서 만나 대책을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양사 노조가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인수합병 과정에 채권단과 사측 뿐 아니라, 노조도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오는 16일 산업경쟁력 강화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아시아나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논의에서는 한진그룹의 아시아나 인수 문제가 핵심 안건으로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도 같은 날 아시아나 인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사회를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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