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내달 구조조정 방안 발표 예정···내년 초 구조조정 본격화
인력 감축 및 자회사 정리 유력···에어부산·아시아나IDT 매각, 에어서울은 정리 수순
“코로나19 백신 소식에 아시아나 재매각, HDC현산때보다 흐름 좋아···재무구조 개선 등 준비 착실히 한다면 인수 무난할 것”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조만간 구조조정을 거쳐 재매각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에선 내달 정상화 방안이 발표되고 이르면 내년 2월 구조조정을 진행한 뒤 새 인수자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나는 HDC 현대산업 개발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컨설팅 업체를 통해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최근 컨설팅 자문사로 베인앤드컴퍼니와 EY한영을 선정해 실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컨설팅 업무는 이달 말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내달 경영 정상화 계획이 완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아시아나 구조조정 방안으로 유력시되는 것은 인력 감축과 자회사 정리다. 장거리 노선 정리 방안도 언급되고 있지만, 일각에선 FSC(대형항공사)만이 가진 강점인 장거리 노선을 정리하는 것은 오히려 경영 정상화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력 감축의 경우 회사 몸집을 줄이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수순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10~20%가량의 인원이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는 지난 9월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았기 때문에 규정상 6개월 뒤부터 인력 감축이 가능하다. 정부는 기안기금을 지원받는 기업은 6개월간 90% 이상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핵심은 자회사 정리다.
아시아나는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에어포트 등을 자회사로 갖고 있다.
이중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는 알짜회사로 알려져 있어 분리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에어부산의 경우 김해공항을 중심으로 탄탄한 점유율을 갖추고 있어, 지난해 아시아나 매각 당시에도 분리매각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실제로 아시아나 매각 당시 에어부산만 따로 매각하길 원했던 인수자들도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인 아시아나IDT는 국내 공항공사 및 아시아나 계열 항공사의 IT시스템 구축 및 운영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아시아나IDT는 국내 IT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인수에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파악됐다. 항공 및 물류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데다, 금융과 스마트팩토리 분야 경험까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서울의 경우 아시아나로 흡수되거나, 아예 사업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 에어서울은 2015년 출범 이후 지난 2018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냈으며 지난해에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에어서울은 그동안 아시아나가 운항하던 일본 노선 등을 위주로 운영했으나, 다른 저비용항공사(LCC)와의 경쟁에서 밀려 수익이 악화됐다. 특히 작년 일본 불매운동에 따라 일본 여행객이 급감하자, LCC중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여태껏 아시아나의 지원 아래 버텨왔지만, 아시아나마저 구조조정 해야 하는 상황에서 에어서울의 경쟁력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이처럼 아시아나가 구조조정을 통해 새 주인을 찾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전보다 인수자를 찾는데 수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예전에는 채권단이 통매각을 밀어붙여 인수자 입장에서는 투자매력이 떨어지는 다른 계열사도 함께 인수해야 하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HDC 현산과의 매각 결렬과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채권단이 분리 매각 가능성을 열어둬 인수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줄었다.
또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국내 LCC들이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LCC 곳간이 바닥나면서 버틸 여력이 사라졌다”며 “현재 9개인 LCC가 3~4곳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새 인수자 후보로 SK, 한화, GS 등 작년 인수를 검토했던 기업들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항공업 진출에 관심을 갖고 아시아나 인수를 추진했지만, 결국 아시아나의 부실한 재무구조 때문에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을 정리하고, 재무구조가 개선될 경우 다시 아시아나 인수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또 채권단이 HDC 현산과의 매각과정에서 아시아나 인수 성사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점도 인수 기업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소식에 항공주들이 일제히 오른 것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여행산업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며 “코로나 종식 이후 여행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시아나 재매각은 현산 때보다 분위기가 좋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HDC현산때와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유동성 확대와 부실 정리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탄탄히 하는 밑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