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스카이팀’, 아시아나 ‘스타얼라이언스’ 소속···대한항공이 아시아나 인수할 경우 동맹 깨질 우려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도 한진칼 인수주체 유리···산은 3대 주주로 올라올 경우 경영권 확보 용이

스타얼라이언스 회원사. / 사진=스타얼라이언스 홈페이지
스타얼라이언스 회원사. / 사진=스타얼라이언스 홈페이지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주체는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이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모회사로 29.96% 지분을 갖고 있다.

업계에선 아시아나 인수를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이 맡은 것에 대해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항공 동맹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스카이팀’, 아시아나는 ‘스타얼라이언스’라는 서로 다른 항공 동맹체에 속해 있다. 스카이팀은 대한항공, 델타항공, 중국동방항공, 아에로멕시코 등 19개 항공사가 속해있으며 스타얼라이언스는 아시아나항공, 루프트한자 독일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에어 뉴질랜드 등 26개 항공사가 회원사로 있다.

항공 동맹은 항공사들이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어 영업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국가별로 취항할 수 있는 노선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동맹을 맺은 항공사끼리는 좌석 일부를 배정 받아 판매하거나 공동 판매 후 수익을 나눌 수 있다. 마일리지 공유도 가능하며, 공동 마케팅과 기술개발까지 공동 추진하는 등 다자간 기업연합체의 성격을 갖고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하게 될 경우 아시아나는 스타얼라이언스에서 탈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그 경우 그동안 아시아나와 노선을 공유하며 공동 마케팅을 펼쳐온 동맹 항공사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 아시아나 입장에서도 기존에 구축해온 동맹 관계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부작용을 고려해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을 인수주체로 삼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자회사로 두고 공동운영하는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입장에서도 한진칼이 인수주체가 되는 점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현재 업계에선 아시아나 인수와 관련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한진칼에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투입하면, 한진칼이 아시아나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산은은 3자연합, 조원태 회장 측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산은이 한진칼로 하여금 아시아나를 인수하도록 한 이상, 한진칼 경영권 다툼에서도 조 회장 손을 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입장에선 아시아나 매각이 한차례 실패한 가운데, 재매각 과정이 장기화되는 것에 부담이 크다. 구조조정 기간이 길어질수록 인력감축 압박이 커지기 때문에 하루 빨리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야 한다. 한진그룹이 아시아나를 인수할 경우 구조조정 부담을 덜 수 있는 데다, 양사의 시너지 등을 이유로 들며 명분을 얻을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쳐지게 될 경우 약 20조원 규모의 대형 항공사 그룹이 출범하게 된다.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 매출액은 12조6834억원이며, 아시아나 매출은 6조9657억원이다. 두 항공사의 항공기 보유대수는 대한항공 173대, 아시아나 86대로 총 256대로 늘어나게 된다. 이 경우 에미레이트항공(267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세계 10위권의 항공사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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