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통신장비 사업 반사이익 뚜렷···부품사업은 중장기적 변수
올해 실적 영향 적어 '실'보단 '득'...내년 기점으로 화웨이 이슈 본격화할 듯
중국 화웨이가 반도체 수급 차질을 겪는 가운데 경쟁사이자 협력사인 삼성전자도 사업 셈법이 복잡해졌다.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사업에선 뚜렷한 반사이익이 예상되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에선 중장기적으로 고객사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화웨이 수요 공백을 채울 대체 공급사를 발굴하는 것이 관건이다. 전자업계는 올해까진 삼성전자가 화웨이 이슈로 받을 타격이 미미하나 내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사업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9일 전자부품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가 미국 제재 여파로 반도체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내년 스마트폰 사업을 완전히 접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제기됐다. 일부 부품 공급사들이 이 같은 시나리오를 고려해 중장기적인 사업 계획을 확정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대만 디지타임스 등 일부 외신은 화웨이가 당장 올 연말 출시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40 시리즈의 부품 발주를 30% 줄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이 줄어드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내년을 기점으로 아예 스마트폰 사업을 중단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면서 “중국 현지 시장에서도 화웨이의 통신장비 및 스마트폰 사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화웨이의 경쟁사이자 협력사인 삼성전자 역시 사업 변수를 안게 됐다. 삼성전자는 전세계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시장에선 화웨이와 경쟁관계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에선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소폭 타격이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15일부터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기 위해선 미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사실상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당분간 공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 가운데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 수준인 7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다만 연내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수급 차질을 우려한 화웨이가 제재 발효에 앞서 메모리 반도체 재고를 끌어 모은 덕분이다. 전자업계는 중장기적으로 화웨이의 스마트폰 공백을 여타 경쟁사들이 흡수할 경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역시 대체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한다.
어규진 DB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메모리 사업에서 화웨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초중반대로 파악돼 당장 올해 삼성전자 실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특히 지난주까지 화웨기가 D램 재고를 많이 축적해둔 상황이라 올해까진 부품이 없어 스마트폰을 못 만드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스마트폰 시장이 신규 수요보다는 교체 수요에 의해 유지되는 추세인데, 화웨이라는 사업자가 빠진다고 해서 전체 스마트폰 수요가 위축된다고 보긴 어렵다. 경쟁사들이 그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며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반도체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의 실적에 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사업 역시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부품 공급에 변수가 생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선두 공급사다. 화웨이는 주요 플래그십 모델인 P시리즈나 메이트 시리즈의 일반형은 중국 BOE로부터, 상위모델은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아왔다. 그러나 화웨이는 미국 정부 제재에 따라 ARM의 설계를 적용한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졌다. D램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 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를 구동하기 위한 반도체인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DDI) 역시 ARM 설계가 적용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패널 제조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화웨이에 패널을 납품해도 스마트폰으로 양산되기 어렵다는 소리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화웨이 매출의 90%를 의존하는 BOE가 받을 타격이 가장 클 것"이라면서도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부품단가가 높고 하이엔드 스마트폰에 주로 탑재되는 OLED의 경우 화웨이의 수요 공백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제조사가 많지 않다. 상장사 가운데 화웨이 물량을 대체할 업체가 있다고 해도 기존 화웨이 수요의 70~80% 수준을 채우는 데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단기적으로 스마트폰 사업에서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한다. 복수의 시장조사업체를 종합하면 앞서 올 상반기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아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이 급감했다. 시장 2위였던 화웨이는 자국 내수 영업을 확대하면서 2분기 삼성전자를 밀어내고 1위에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물량을 회복하기 위해선 화웨이 공백 수요를 흡수해야 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을 3억대로 원복할 계획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물론 애플이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스마트폰 사업이 휘청거릴 것이란 예상에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화웨이 제재에 따라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해외 시장에선 중국 현지 경쟁사에 밀려 크게 이익을 보지 못 했다"면서 “하반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가격 전략에 따라 화웨이의 빈틈을 노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큰 반사이익은 통신장비 사업에서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통신장비 시장에 후발로 진입하면서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등 경쟁사에 비해 미미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통신장비 사업 매출은 연간 4~5조원대로 지난해 전사 매출 230조원 대비 미미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해외 주요 이동통신사들과 장비 계약을 하나 둘 체결하면서 사업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이재윤 연구원은 “아직까지 삼성전자의 매출 가운데 통신장비 매출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라면서도 “최근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과의 계약 체결 등 그간의 노력이 수주 성과로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